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월에 펀트래블의 일본근대문학기행을 다녀오면서 일본근대문학사조의 변천과정을 짧게 요약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민중예술은 다이쇼 시대(1912~1926)의 중반에 인본주의와 민주주의적 시대사조의 영향으로 대두되었는데,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회적 불안으로 노동문학이 일어났고, 이어서 1920년대들어 프롤레타리아 문학으로 발전했다가 군국주의 성향이 강화되면서 정치권력의 탄압으로 붕괴되었다고 합니다.


가니코센(蟹 公船)은 게잡이 공선인데 문파랑에서는 게 공선으로 제목을 삼은 것은 조금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양선단은 통상적으로 어획을 하는 조업선과 조업선이 잡은 해산물을 현장에서 가공하는 작업선으로 구성이 되는데, 가니코센에서 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선은 작업선으로 조업선을 싣고 가서 조업현장에서 바다에 내려놓아 조업을 하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원양어선단은 지금도 장기간 바다에 머물고 작업시간이 불규칙하고 작업강도도 높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근무기강이 엄하다고 합니다. 하물며 노동자들의 권리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하던 근대 일본에서는 노동현장의 분위기가 끔찍할 정도였던 모양입니다.


일본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고바야시 다키지(小林 多喜二)가니 코센(蟹工船, 게잡이 공선, 1929)1926년 홋카이도의 게잡이 공선 하쿠아이마루(博愛丸) 사건을 소재로 했다. 이 작품에서는 게잡이 공선에서 일하는 다양한 노동자 집단이 주인공입니다. 이들을 탄압하는 주체는 회사에서 파견된 아사카와 감독과 그 수하들이다. 이들은 조업에 방해가 되는 모든 일을 통제합니다. 바다에서는 조난당한 배를 구조하는 일은 요청을 받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이 기본인데 감독은 선장을 욱박질러 조난당한 배를 버리고 조업현장으로 직행하도록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게잡이 공선에 탑승한 다양한 노동자들과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설명하는데, 승선인원이 남녀노소로 다양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도호쿠지방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어 흘러든 사람들로 핍박을 받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피해의식에 절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사카와 감독의 강압에 저항하지 못하던 노동자들은 조업선에 탔다가 조난을 당해 러시아에 상륙했던 어부들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바뀌어 있는 러시아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게잡이 공산의 노동자들과 공유하면서 노동자들의 인식에 변화가 일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조업과 작업에서 태업을 벌이는데 성공을 하게 되고, 결국 노동자들이 감독의 핍박에 저항하여 거사를 하게 됩니다. 잠시 몸을 숨겼던 감독은 해군 함정이 다가와 수병들이 승선하여 선상반란을 주도했던 노동자들을 잡아가면서 반란은 간단하게 수습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아침에 어두컴컴할 때부터 일터로 내몰렸다. 그리고 곡괭이 끝이 힐끗힐끗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주위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일했다. 근처에 세워져 있는 감옥에서 일하는 죄수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특히 조선인은 심장들에게도, 같은 동료 인부(일본인)들에게고, ‘짓밟히는대우를 받았다.(83)”라고 적은 것을 보면 작가는 노동자들의 인권에 무게를 두었을 뿐인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이 작품을 두고 ‘88만 원 세대, 비정규직, 양극화, 워킹 푸어(Working Poor)…… 혹시 이 현상이 게 공선아닌가요?’라고 변죽을 울리고 있습니다만,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조차 되어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군국주의가 횡행하던 100년 전의 일본사회의 노동현장을 현재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