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계절 - 일본 유명 작가들의 계절감상기 작가 시리즈 2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일본 유명 작가들의 계절감상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던 것에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읽어가다 보니 일본의 근대문학작가들이 계절을 주제로 하여 쓴 수필이나 시를 모은 책이었습니다. 편집 일을 하는 옮긴이는 일본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도 같이 하는데, 도쿄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낯선 일본 근대문학을 알아가는 마중물이 되기 바라며 작가 연작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의 계절><작가의 마감>에 이은 두 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모두 38명의 작가들이 쓴 51편의 수필과 시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태어난 일본 근대문학가 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들 가운데 모리 오가이가 1862년으로 가장 일찍 태어났으며 작품 활동 역시 1890년에 단편 무희를 발표하여 유일하게 19세기에 활동한 작가였습니다. <작가의 계절>에는 모두 38명의 문학가의 51편의 글을 수록되었는데, 하시모토 다카코는 3편의 글이,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 등 11명의 문학가는 2편의 글이 뽑혔습니다.


엮고 옮긴이가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이야기를 따로 적지 않아서 어떻게 이 책을 구성하게 되었는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흔히 사계절을 이야기할 때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순서를 취하는데 반하여 이 책은 가을-겨울--여름의 순서로 글을 배치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위도 온대지역에 속하면서 대륙과 해양의 경계에 위치하여 4계절이 뚜렷한 특징을 가집니다만, 일본은 태평양에 연하고 있으면서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지역에 따라 다양한 기후형태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계절의 변화 역시 우리나라와는 다소 차별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적 배경 또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특별하게 읽어본 것은 금년 1월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의 여행기를 마무리하고서 참고할 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1월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특히 겨울에 관한 글에 관심을 두었던 것이고, 참고할 만한 내용을 조금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일본여행을 통하여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의 작품들을 골라 읽고 있습니다만, 38명의 작가들 가운데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야시 후미코,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시마자키 도손 등은 조금 익숙한 이름입니다만, 나머지 사람들은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이름들입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그들의 작품을 읽어볼 생각입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몇 군데 접어놓은 대목을 보면, 다자이 오사무의 가을에 대한 글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만, 다자이 오사무는 20세기 초반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가을은 여름과 동시에 찾아온다라고 적은 구절에 이어서 가을은 교활한 악마다. 여름 사이 모든 단장을 마치고 코웃음을 치며 웅크리고 있다.(14)’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원고 청탁이 올 것에 대비하여 평소에 읽거나 떠오르는 생각들을 공책에 적어둔다고도 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화로라는 글에서는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찾아갔던 나쓰메 소세키 산방에 놓여있던 화로에 대한 부분에 인용하는 덤을 얻었습니다. 하야시 후미코의 시원한 은신처’, 와쓰시 데쓰로의 솔바람 소리’, 우에무라 쇼엔의 교토의 여름 풍경등의 글 역시 앞으로 쓸 예정이 글에서 인용할 생각으로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모리 오가이가 샤프란이라는 글에서 적은 그렇게 점점 책을 탐독할수록, 그릇에 때가 끼듯 자연스레 갖가지 사물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이름은 알아도 실물은 모르는 반쪽짜리 지식이었다. 거의 모든 사물이 그랬다. 식물의 이름도 그랬다.(107)”라고 한 것처럼 책읽기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얻는 앎이 늘어갈 뿐만 아니라, 사유를 통하여 얻는 앎도 늘어가기 마련입니다. 책읽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