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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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인가를 읽다가 읽어볼 책 목록에 올렸던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았더니 왜 읽어보려했던 것인지가 분명치 않았습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춣신의 작가 브라이언 무어가 쓴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은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를 무대로 합니다. 시기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가에 있는 헨리 라이스 부인의 하숙에 새로 들어온 40대 초반의 여성 주디스 헌이 부인의 아들 버나드, 오빠 제임스 패트릭 매든, 하녀 메리, 그리고 하숙생 레너한과 프리엘양과의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시절 하숙을 해보았습니다만, 하숙생들은 대체로 서로의 공간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다만 하숙생이 떠나는 경우에는 간단하게 환송식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하숙생들은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의 개인사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타인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모양입니다.


이야기기 시작될 때만해도 주디스 헌은 교양이 있는 여성으로 보였습니다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족도 없이, 살아가는 일이 힘겨운 그런 여성이었습니다. 새로운 하숙에서 만난 패트릭 매든과 의기투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처지가 곤고함이 드러나면서 결국은 파국을 맞고 말았습니다. 패트릭 역시 미국에 건너가 허드렛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보험금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온 처지인데 주디스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해보려는 생각을 가졌던 것입니다.


주디스의 처지는 이모가 남겨준 작은 유산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인데다가 삶이 힘든 탓인지 술과 하느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술에 대한 의존을 잘 억제하는 모습이었는데 패트릭하고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방에 숨겨두었던 술을 마시곤 취해서 주사를 부린 것입니다. 결국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주디스의 술버릇에 놀랐지만, 처음에는 조심할 것을 촉구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됩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술을 찾는 일이 반복되는데, 심지어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구를 찾아가 술을 먹이다가 환자들에게 들켜서 쫓겨나기도 합니다.


벨파스트는 영국의 북아일랜드의 수도입니다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일랜드계인 듯합니다. 영국의 오랜 식민통치를 받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독립투쟁에 얽힌 이야기라든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사람들의 애환이 조금씩 이야기되기도 합니다만, 작가의 관심은 주디스 헌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교양이 넘치는 여성으로 비쳤던 주디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거짓을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과연 주디스의 외로운 열정이 무슨 의미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도입부분에 나오는 주디스의 거울놀이에서 감을 잡았어야 했나 봅니다. “주디스의각진 얼굴이 거울에 비친 얼굴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시선을 고정한 채 거울에 비친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다. () 그녀는 거울에 비친 평범한 여인이 고혹적인 미인으로 탈바꿈하는 즐거운 환상을 지켜보았다. () 그러면서 오직 쇠락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그윽하고도 화려한 결실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울놀이를 하려는 열성마저 모조리 앗아가 버릴 그 마지막 순간을.(36-37)”


그런가 하면 작가는 패트릭을 통해 일확천금을 얻어 고향 아일랜드로 금의환향하는 꿈을 가진 아일랜드 사람들의 애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는 뉴욕에서 29년을 일했지만 한번도 300달러가 넘는 돈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다행이었던 것은 엄마 잃은 딸을 수녀원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공부시킨 것이었는데, 딸마저도 아일랜드 조상을 증오하는 이민자2세인 늙은 놈팡이 스티브와 결혼하여 패트릭을 실망시기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교통사고로 1만달러의 보상금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작가가 벨파스트 출신이라고 하는데, 벨파스트의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별로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야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등장인물들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그들의 삶에서 과연 희망이란 것을 찾아볼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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