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당부 - 마지막까지 삶의 주인이기를 바라는 어느 치매 환자의 고백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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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진단받은 뒤 더 적극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내가 알던 사람>의 저자 웬디 미첼이 세 번째 내놓은 책입니다. 두 번째 책은 사람들이 치매에 대하여 알았으면 하는 소박한 생각을 담은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이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고서 9년이 지난 시점에 내놓은 책은 <생의 마지막 당부>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의 주인이고자 하는 심경을 담아냈습니다.


사실은 세 권의 책은 치매진단을 받은 웬디 미첼를 도와 아나 와튼이 함께 쓴 것입니다. <생의 마지막 당부>2014년 치매진단을 받고서 9년이 지난 2023년에 내놓았습니다. 최초의 진단이 그리 늦은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9년의 투병이라면 아직은 병증의 진행은 아직 심각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어쩌면 웬디는 네 번째 책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매로 인하여 정신이 맑지 않은 상태를 먹구름이 내려온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마도 기억해내야 할 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거나 집중이 되지 않은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병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치매환자가 말기에 보이게 될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 책에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죽음이라는 단어로 책을 시작합니다. 아마도 암 등 다른 질환과는 다른 과정을 밟아 죽음을 맞게 되기 때문에 치매를 안고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이해하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세서는 죽음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데, 이유는 죽음을 이해해야 죽음이 편해진다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임종 돌봄, 치료거부, 조력사망에 대한 이야기들을 거쳐 마지막으로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는데, 삶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남은 삶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누리사랑방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왔습니다. 그와 같은 만남을 통해서 알게 된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많이 소개합니다. 물론 저자가 읽은 책이나 논문 등에서 얻은 것들도 소개하고 있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관하여 연구한 영국의 정신과의사 존 힌튼 교수가 <죽어가는 사람들>에 적은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죽음을 앞에 둔 살마들 다수는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친절해지고 정신적으로 고귀해진다. 그들은 뒤에 남겨져서 상실감을 견뎌야 하는 이들의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최손을 다하며, 눈에 띄게 그리고 은근하게 애정을 드러내 보인다.(23)”라고 했습니다. 이러저런 이유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도스타우닝(döstädning)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죽음 청소라고 옮길 수 있다고 합니다. 죽기 전에 소지품 등 주변을 정리해서 자신의 죽음 이후에 남아있게 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줄여주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대체로 65세가 되면 이 일에 착수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 유투브를 통해서 모녀 사이에 있었던 슬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소에 어머니가 자주 전화를 걸고 보고 싶다고 하는 것을 귀찮아하던 딸이 그다지 바쁘지도 않은데 보고 싶다고 하는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따돌렸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가슴을 치고 후회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부모가 나이가 들면 자주 찾아뵙는 것이 이렇듯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생의 마지막 당부>에서는 임종 돌봄, 치료거부, 조력사망 등에 관한 영국 정부의 정책이나 민간단체의 활동 등을 소개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치매환자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데 참고할 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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