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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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설연휴에 읽을 책을 고르다가 눈에 띈 책입니다. 어쩌면 얼마 전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나쓰메 소세키 산방을 방문했을 때 고양이가 산방을 지키는 모습에 기억에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진보초에서는 고서를 파는 서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나쓰카와 소스케(夏川 草介)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나쓰는 나쓰메 소세키(夏目 漱石), 카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 康成), 소는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풀베개(草枕), 스케는 아쿠타카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에서 각각 따왔다는데 본명은 밝히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신의 카르테>로 이미 만나본 적이 있는 나쓰카와 소스케는 신슈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현직 의사입니다. 수련의 시절에 신의 카르테으로 등단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3종의 연작(2,3,0)으로 합계 320만 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합니다.


옮긴이가 책 말미에 붙인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묻는 책 이야기 우리는 왜 책을 읽는 걸까?’”에요약해 놓은 이 책의 줄거리를 요약합니다. “나쓰키 린타로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서점을 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더구나 학교에 가지 않고 서점에 틀어박힌 채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 외톨이인 그에게 책은 유일한 친구다.(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린타로에게 일생일대의 변화가 찾아온다.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것이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자 그는 일면식도 없는 고모와 같이 살게 될 처지에 놓인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의 말을 하는 고양이가 나타나 책을 구하기 위해 힘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린타로는 얼룩고양이의 안내에 따라 서점 안쪽에 숨겨져 있는 4개의 미궁을 차례로 방문하여 책에게 닥친 위기를 구해내게 됩니다. 첫 번째 미궁은 빠르게 책을 읽고 읽은 책은 커다란 유리장에 가두어놓는 사람의 세계입니다. 두 번째 미궁은 바쁜 현대인을 위해 속독법을 개발하고 책의 내용을 최대로 요약하는데, 나머지 부분은 가위로 잘라버리는 독서연구소 소장의 세계입니다. 세 번째 미궁은 책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책을 팔아서 이익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출판사 사장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미궁은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다양한 이유로 큰 상처를 입은 책 자신입니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미궁에 갇혀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없게 되는 엄중한 상황입니다만, 린타로는 평소에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책에 관한 심오한 철학을 떠올리고 자신이 책을 읽어 터득한 생각을 바탕으로 미궁의 주인공들을 설득해나갑니다. 첫 번째 미궁에서는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거야(26)”라고 하셨던 할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해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두 번째 미궁에는 린타로네 학급의 반장인 사요가 함께 미궁으로 향합니다. 두 번째 미궁에서는 책을 읽는 것은 산을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124)”라는 말씀을 기억해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미궁에서는 돈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하신 할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해내곤 당신이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당신 뜻대로 되지 않아도 책을 소모품이라고 말해서는 안돼요.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 ‘나는 책을 좋아해요!’하고요라고 말해서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 미궁에서 책 자신은 앞선 세 차례의 과정에서 린타로가 책을 구해낸 결과 세 사람이 힘든 사왕에 처했는데 그들이 지금 그토록 괴로워한다면 네가 한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묻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냈지만 책 자신에게는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했던 듯 서점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사요는 어떻게 될 것인지 답답해진 린타로는 열심히 생각한 끝에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라고 말합니다. 그 대답은 책 자신의 마음을 얼마쯤은 채워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상황이 행복하게 마무리되었고, 린타로는 할아버지의 서점을 지킬 수 있었고, 학교에도 다시 나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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