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도덕 교육 강좌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얼마 전에 다녀온 일본근대문학기행의 첫날 찾은 일본근대문학관에서 미시마 유키오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구경하고서 <금각사>와 함께 읽게 된 책입니다. 제목으로 보아 미시마 유키오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작가가 이런 성격의 책을 쓰려면 적어도 기획 의도를 밝히는 글쯤은 앞에 붙어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지만 없었습니다. 다만 문학평론가 오쿠노 다케오가 말미에 붙인 해설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성품에 대하여 설명한 다음, “(미시마)는 대단히 웅대하고 진지한 장편에만 힘을 쏟았다. 그리고 그곳엔 놀이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부도덕 교육 강좌>에서는 미시마의 소설에 나타나지 않은 기지와 역설, 웃음이 충분히 발현되었다. 연재 무대가 <주간 명성>이라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대둥적인 주간지였던 만큼, 미시마 유키오는 격식을 버리고 마음껏 장난을 친다.(414쪽)”라고 적었습니다.
‘모르는 남자와도 술집에 갈 수 있다’라는 글로 시작해서 ‘끝이 나쁘면 모든 게 나쁘다’까지 모두 67꼭지의 글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작가가 34세이던 1958년에 연재되었고, 이듬해 중앙공론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왔으니 지금으로부터 67년전에 쓰인 글입니다. 제목과는 달리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현대(당시)를 향한 날카로운 풍자와 함께 예술에 대한 동경이 녹아들어 있다.(415쪽)”라고 다케오는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50년 전의 글인데도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416쪽)’라고 하였습니다. 저처럼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기 전에 <금각사>를 읽었다는 옮긴이는 “혹시 예언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5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010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온통 뒤흔들 만큼 위력적이다.(419쪽)”라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요즈음의 세태와 많이 닮은 점도 있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주장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 점은 먼 훗날 현실화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에는 제가 지난 해 읽은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 사회심리학과의 로랑 베그 교수가 쓴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와 맥을 같이 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https://blog.naver.com/neuro412/223688253461>의 경우는 이미 드러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면, 미시마 유키오의 <부도덕 교육 강좌>는 지금까지 도덕적이라고 생각해온 명제를 뒤집어 생각해보라는 권고라는 생각입니다.
몇 가지 의표를 찌르는 작가의 생각을 읽어보기로 합니다. 먼저 ‘청년이여, 나약해져라’에서는 체육이 강조되고 영양이 좋아지면서 10대 남녀의 체격이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유념해야 하는 점은 “정치가는 청년의 사상을 활용하는 시늉만 보이지 실제로 이용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청년의 육체뿐이라는 사실이다. (…) 그러므로 정치가의 의표를 찌르려면 청년들이 ‘문약’에 흐르고 ‘유약’에 빠져서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흐늘흐늘한 육체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119쪽)”라는 주장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노회한 정치가들이 청년들의 참신한 생각을 정책에 반영하기보다는 구닥다리 정치행태를 지키는 행동대원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속셈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의 속셈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젊은 세대다운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매사에 투덜거려라’라는 글에서는 “인생만사 무슨 일에든 ‘지당하십니다’로 일관하면 손해만 볼 뿐 이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358쪽)”라고 일갈합니다. 어수룩한 삶의 전형이라는 것입니다.“나는 몹시 화났어”라고 세상에 선언하는 즐거움, 이것이야말로 어른의 즐거움이며 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쾌락이다.(362쪽)라고 주장합니다. 생각해보면 불평을 털어놓으려면 스스로도 분명한 무언가를 보여야 합니다. 책잡힐 바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주장할 것은 분명하게 주장하도록 해야 스스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