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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3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평점 :
대학 동기가 읽고서 좋았다면서 읽기를 추천한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57세가 되던 해에 출간했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가 10만부를 돌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2022년에 제목을 바꾸어 내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정신과를 전공하는 의사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을 썼을 때는 파킨슨병으로 투병을 시작한지 14년째 되던 해였다고 합니다. 퇴행성 신경계질환으로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약제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삶도 세월이 흐르면 약제 내성도 생기고 파킨슨병과 연관된 치매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만, 심각한 합병증이나 부작용 없이 투병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가끔씩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럭저럭 이겨낼 수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아팠기 때문에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해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을 출간하면서 그때까지 의무와 책임감에 따른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이든 다 잘해 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방치해두었던 나 자신을 챙기며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7년 뒤에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으로 개정판을 내게 된 셈이니, 재미있게 살아왔는지, 그래서 인생을 다시 살아볼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장은 30년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면서 체득한 살아가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장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는 인생을 다시 살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렇게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인생항로는 예행연습이 없는 외길이라서 시행착오와 수정할 기회는 있겠으나 과거로 돌아가서 새로운 항로로 나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수시로 자신의 항로를 점검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변침하여 항로를 바꾸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옛날에는 한 우물을 파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직장을 바꾸면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야 하는 일이 버거울 것이라고 예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변화를 한번 가져보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 정신도 생기고 바뀐 환격에 쉽게 적응하는 자신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작가는 사진가 앙리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말을 인용했습니다.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하지만 삶이란 매순간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작가 역시 “그래서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삶에는 늘 빈 구석이 많았고, 그 빈 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으면 어떤가. 가면서 채우면 되고 그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인 것을.(32쪽)”라고 말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 가운데 “더 이상 과거가 당신의 현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를 덮고 있는 과거의 무거운 이불을 걷어 내고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다고 해서 현재까지 고통스러워야 하는 법은 없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다면 그것을 잘 지나 온 당신을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79쪽)”라는 대목이 가장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손에 잡힐 듯한 무언가가 생겼습니다. 아마도 욕심을 내려놓았다는 대목이지 싶습니다. 제 경우는 꽤 오랫동안 욕심에 붙들려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내려 놓는다는 것에 대하여 고민을 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