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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테레즈 라캥 ㅣ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61
에밀 졸라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23년 7월
평점 :
최근에 우여곡절 끝에 휴대기전화기를 바꾸어야 했습니다. 쓰던 전화기가 단종이 됐다고 해서 최근에 나온 전화기를 쓰게 됐습니다. 그런데 새로 쓰게 된 휴대전화기를 개통한 통신사에 제공하는 기능가운데 밀리의 서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재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을 두루 살피다가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켕을 첫 번 째로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 책인가를 읽으면서 읽어보려고 표시를 해놓았던 책입니다. E북으로 책을 읽기는 처음이었는데 일단 글씨가 커서 금세 다음 쪽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속독이 가능한 장점이 있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테레즈 라켕은 살림출판사에서 내놓은 '생각하는 힘: 진형준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연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루공 마카르 총서의 하나로 주연급(?) 등장인물로는 라켕 부인을 중심으로 아들 카미유, 조카딸 테레즈, 그리고 아들 친구 로랑이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하나 같이 타인의 감정에 무디고, 자기중심적입니다. 테레즈는 어렸을 적부터 고모 라켕부인 집에 얹혀 살게 됩니다. 자연 사촌 오빠 카미유와 같이 지내게 되는데 라켕부인이 병약한 카미유에게 강요하는 것을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대신 해주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이 장성하자 라켕부인은 두 사람을 결혼시키게 되는데 카미유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혼 후에 카미유는 파리로 가서 살자고 테레즈와 의논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게 된 라켕부인이 나서서 가족이 모두 파리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독립을 꿈꾸었던 테레즈로서는 천국을 꿈꾸다가 지옥으로 굴러떨어진 셈입니다.
파리에서의 생활은 밋밋합니다. 자수가게를 차려 라켕부인과 테레즈가 운영하고 카미유는 철도국에 취직을 합니다. 라켕부인의 자수가게는 동네사람들의 사랑방이 되는데 어느날 카미유가 고향친구이자 직장동료인 로랑을 데려옵니다.
접촉이 잦아지면서 로랑과 테레즈는 눈이 맞게 되고 남편과 쓰는 방에서 밀회를 하게됩니다. 로랑과의 불륜관계가 깊어지면서 난관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카미유를 살해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온 끝에 유원지에서 뱃놀이를 가자고 꼬여 까미유를 살햇하기에 이릅니다. 살인의 뒷처리도 완벽하게 마무리를 하여 친구를 구하려 한 영웅 대접을 받게 됩니다.
카미유를 죽인 뒤에 테레즈와 카미유는 사건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혼으로 그 고통을 이겨보려 합니다. 로랑은 치밀한 구석이 있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라켕부인의 사랑방에 오는 이웃들을 엮어 결혼을 쉽게 성사시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이 상황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사태를 악화시킵니다. 두 사람 모두 죽은 카미유의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불륜관계에 있을 때는 열정으로 불타던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적으로 변하게 되고, 결국은 라켕부인 앞에서 말싸움을 하는 중에 카미유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발설하기에 이릅니다. 뇌졸중이 와서 꼼짝을 못하는 라켕 부인은 두 사람이 공모하여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어쩔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하치만 두 사람의 끝을 볼 때까지 살아남기로 결심하고 성공합니다. 갈등을 빚던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이기로 작정을 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서로의 생각을 읽게 된 두 사람은 로랑이 준비한 독약을 나누어 마시고 죽음을 맞습니다.
요즘에는 이보다도 더 막장 같은 사건도 많습니다만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켕>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고, 박찬욱감독는 박쥐가 테레즈 라켕에서 주제를 가져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로랑이 카미유를 살해하는 방식은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1951년작 영화 <젊은이의 양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에밀 졸라는 <테레즈 라켕>의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동물적 기질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세밀하게 그려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실험소설을 선보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