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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마지막 그림의 비밀
알렉산드라 구겐하임 지음, 모명숙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몇 년째 베네룩스 삼국을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15세기 무렵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이 지역의 화가들에 대하여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기대를 만족시켜줄만한 여행사 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관련된 책들을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렘브란트 마지막 비밀>도 그런 까닭에 읽게 되었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일찍이 <튈프 교수의 해부학 강의>는 아마도 직업 의식이 작동한 까닭에 좋아하는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렘브란트 마지막 비밀>을 쓴 알렉산드라 구겐하임은 대학에서 예술사를 공부하고 4년을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네덜란드 미술의 거장 렘브란트와 그가 활동했던 시대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와 같은 연구성과를 반영하고 쓴 첫 번째 소설이 <렘브란트 마지막 비밀>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하여 렘브란트의 예술철학을 정리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가 연구한 렘브란트에 관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구성하다보니 허구의 내용도 포함되었을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떤 것이 허구인지 가늠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마도 렘브란트의 생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는 제자 사무엘 봄이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가 보는 렘브란트는 작가 서문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 잘 설명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렘브란트 반 레인은 주변을 대단히 통찰력 있기 관찰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결코 거울에 비친 상처럼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았다. 렘브란트의 작품들은 섬세한 심리학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렘브란트는 그 이전에 활동했던 어떤 화가보다도 감정의 깊이를 잘 표현했다. 그는 인간의 가장 깊은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영혼을 묘사할 줄 알았다.(6쪽)”
작가는 렘브란트의 제자였다고 하는 사무엘 볼이 남긴 일기장을 바탕으로 하여 렘브란트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재구성한 것 같습니다. 꽃을 그리는 화가 사무엘 볼은 72세가 되던 해에 렘브란트와 관련된 일을 정리하였다고 합니다. 열여섯 살이 되던 1668년에 조이데르 해 남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을 떠나 암스테르담에 있는 렘브란트의 제자가 되었을 때로부터 렘브란트가 죽음을 맞은 1670년까지 렘브란트와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성실한 사무엘은 스승을 속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열심히 도제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화실을 정리하고, 그림을 그릴 아마포를 만드는 일이며 원료를 빻아 물감을 만들어 렘브란트가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행하였습니다. 스승이 건강을 잃어 위기에 빠졌을 때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대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당대의 네덜란드 미술계에서는 그림을 주문받으면 기본 틀을 화가가 만들어내지만 색칠이라거나 하는 등의 부분은 제가가 나누어 맡아 진행하는 공방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렘브란트가 외과 길드의 수석 외과의사 아드리안 반 캄펜 교수의 주문에 따라 그의 해부학 강연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작가는 <튈프 교수의 해부학 강의>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해부학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해부 대상이 될 신선한 사체를 구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사체 해부는 사형을 받은 범죄자에 한한다는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입니다.
주문받은 그림이 거의 완성되기 직전에 해부에 사용된 사체가 적접하게 사형이 집행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그 충격으로 렘브란트가 죽음에 이르고 사무엘은 거의 완성된 그림을 칼로 찢고 불태운다는 이야기의 전개가 인위적으로 추가한 내용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렘브란트의 유명한 미술작품에 대한 화가의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서 렘브란트의 예술철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