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책
세실리아 아헌 지음, 이정임 옮김 / 이레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내일 당신에게 일어나게 되는 일을 당신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에 저라면 그 일이 좋은 일이라면 기뻐하며 맞이하겠지만, 나쁜 일이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여 막아보려고 노력할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스스로를 바꾸는 일도 서슴치 않을 것 같습니다. <내일의 책>바로 그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내일의 책>은 얼마전에 다녀온 발칸을 여행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살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녀 타마라는 부자 아빠를 둔 덕분에 해변에 있는 호사스러운 대저택에서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공기가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을 상상조차 하지 않은 것처럼 모든 것은 갖추고 사는 아이는 그런 상황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기 마련입니다. 그 모든 것을 갖추어준 아빠와 다정한 대화는커녕 버릇없이 말대꾸를 하고, 언쟁을 일삼았습니다. 아빠도 쉽게 흥분하고 딱딱거리는 편이라서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타마라는 당연히 내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고 현재에 살았고 지금만을 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빠의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입니다. 사업의 실패가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타마라와 엄마는 집을 비롯한 모든 걸 다 잃어버리게 되었고, 시골에 있는 외삼촌의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타마라는 아빠와 마지막 만남에서 나는 아빠를 증오한다라고 소리를 지르고 면전에서 문을 쾅 닫은 것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보면 착한 구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외삼촌의 집은 칼세이니 성의 성문에 달린 집입니다. 외숙모가 별채로 음식을 나르는 것을 보면 누군가를 돌보는 것 같습니다. 타마라는 외숙모가 엄마는 물론 외부세계와 차단시키려 할 뿐 아니라 식사 등 일상을 틀에 맞추어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읍내라도 가려면 차를 15분 정도 타야하고 정기운행하는 차량도 없어 읍내에 나가는 일도 수월치가 않습니다.


어느 날 순회도서관 차량이 방문하게 되고 타마라는 마커스와 안면을 트게 됩니다. 그리고 덕분에 읍내에 나가게 되지만 읍내에서 만난 숙모는 미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타마라는 순회도서관 차량에서 묘한 책을 발견합니다. 가죽으로 장정이 된 두툼하고 커다란 갈색 책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책 표지나 책등에 책이름은 물론 작가의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고, 책장은 금색 걸쇠가 걸려있는데다 금색 맹꽁이자물쇠로 잠겨 있었습니다. 타마라는 이 책을 빌리기로 합니다.


칼세이니 성에 놀러갔던 타마라는 이그나티우스 수녀를 만나게 됩니다. 수녀님의 도움으로 책장의 열쇠를 풀었지만 책의 어느 쪽에도 글자가 쓰여 있지 않았습니다. 마치 무언가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습니다. 다음날 의미가 있는 무언가를 적기 위하여 책장을 펼치자 타마라 자신의 필체로 첫 번째 쪽이 채워진 것을 발견합니다.


날자와 요일이 적힌 아래로 일기장에게. 이렇게 쓰는 건가?’라고 서두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날자는 책을 펼친 다음 날입니다. 그러니까 타마라가 오늘 일어난 일을 적어놓은 일기인 것입니다. 타마라는 일기 한 줄 한 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일기의 문장 하나하나는 내가 우리 옛집에서 이곳까지 떨어트려 흔적을 남기길 간절히 바란 빵부스러기였던 것이다(191).’라고 이해했습니다.


일기장에 적혀있는 내용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타마라는 다음과 같은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나는 중요한 것을 배웠다. 일어날 일들을 모두 막아서는 안 된다 때로는 거북할 때도 있다. 때로는 사람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그 모두가 우리의 일부이므로 우리 자신의 다음 부분, 다음날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하다. 일기장이 언제나 옳지는 않다(241).


일기장은 이와 같은 진실을 깨닫게 된 타마라를 자신과 가족들을 둘러싼 엄청난 비밀로 이끌어갑니다. 이 책은 사실 타마라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벌어진 비밀을 전하는 역할을 할 뿐 미래까지 보여주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역시 미래를 아는 일은 천기에 속하는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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