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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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좋아해서 책에 관한 이야기는 빠트리지 않고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은 제목 그대로 책을 훔쳤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증이 일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쓴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점에서 근무하다가 등단한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서점에서 일하다보면 책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훔친 자는이렇게 됐으면 하는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군포시도 책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 책을 훔치는 자는>의 무대가 되는 요무나가 마을 역시 책의 마을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요무나가는 남이섬처럼 강 속에 있는 하중도(河中島)입니다. 강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큰 강이 남북으로 갈렸다가 다시 만나서 생긴 섬으로 모서리가 둥근 마름모꼴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미쿠라관이라고 하는 사설 도서관이 있습니다.


1900년에 태어난 미쿠라 가이치가 다이쇼시대(1912~1926)부터 조금씩 수집해온 책을 딸 미쿠라 다마키가 물려받아 규모를 키운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옛날이라고는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닐 나이부터 책을 사모았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요무나가가 책의 마을로 유명해진 것은 바로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미쿠라 가이치가 수집한 책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 이가 없었다는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의 거대한 서고가 탄생하면서 미쿠라관에는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책을 빌려가기도 했지만,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찾아오면서 미쿠라관 주변에는 다양한 책들을 파는 책방들이 들어서면서 요무나가가 책의 마을로 유명해진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선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어서 소소하게 책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미쿠라의 딸 다마키가 미쿠라관을 물려받았을 때 한번에 200권이나 되는 희귀본이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다마키는 미쿠라관을 폐쇄하여 미쿠라 가문 사람이 아니면 출입을 금하고 경보장치를 곳곳에 설치하였습니다.


다마키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미쿠라관에 설치한 경보장치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요무나가 마을과 연관이 있는 이나리 신(풍요와 성공을 관장하는 신으로 여우를 이르기도 한다는)에게 빌어 미쿠라관이 수장하고 있는 책에다 기묘한 마술을 걸어놓았다는 것입니다. 미쿠라관 뒤의 언덕에 있는 요무나가 신사에는 서책를 관장하는 이나리 신을 모시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고 합니다.


다마키가 세상을 떠난 뒤에 미쿠라관의 관리는 아들인 미쿠라 아유무와 히루네 남매에게 맡겨졌는데, 아유무는 유도관을 운영하여 얻는 수익으로 미쿠라관을 유지하는데 쓴다고 하며, 히루네는 미쿠라관을 관리하는데 주로 종일 잠을 자는 게 일이라고 합니다.


사건은 아유무가 자전거를 타고 강가의 제방을 달리다가 튀어나온 고양이를 피하려다 굴러 떨어지면서 전치 1개월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일어났습니다. 미쿠라관의 경보장치가 30분마다 울려대기를 세 시간이 넘도록 멈추지 않아 시청에 민원이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미후유가 아버지의 문명을 마치고 고모 히루네가 먹을 음식을 사들고 미쿠라관을 찾았을 때 고모가 쥐고 있는 쪽지를 발견합니다. 쪽지에는 이 책을 훔친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리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실려 날아간 쪽지가 떨어진 곳에서 마시로란 이름의 여학생이 나타나고 20여권의 책이 사라진 책장으로 미후유를 안내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던 <한모마을의 형제>라는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그리고 미쿠라관에서 사라진 책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책을 훔쳐간 사람을 뒤쫓는 미후유와 마시로의 활약이 이어지는 이야기 <이 책을 훔치는 자는>는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흥미롭기고 하고 황당하기도 한 환상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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