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데드 하트> 역시 지난달에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저자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미국 작가이지만 런던, 파리, 베를린 그리고 몰타를 오가며 살고 있다고 하니 여행하면서 스치듯 지나쳤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1995년에 발표된 <데드 하트>2017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2년전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호주대륙의 동남쪽 귀퉁이에 있는 시드니 주변을 조금 구경했을 뿐이라서 호주대륙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까 해서 읽은 책입니다.


이야기는 호주대륙의 북단에 있는 항구도시 다윈에 있는 커다랗지만 황량한 술집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동부의 해안에 있는 작은 도시의 신문사를 전전하며 기자로 일해 온 닉 호손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나 승진에 대한 야망도 없으며, 그러 그런 사건을 취재해 기사로 내보낸다. 그러다 지치면 사표를 던지고 다른 도시에 있는 신문자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이번에도 새로 얻은 직장으로 가던 길에 보스턴의 오래된 서점에서 발견한 1957년판 호주 왕립 자동차 클럽의 지도가 그를 이곳으로 이끈 것이다. 지도에 그려진 호주를 종단하는 긴 도로가 그의 눈길을 끈 것입니다. 권태롭기만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황무지의 중심부를 달리다보면 죽어가던 심장이 다시 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계획도 없이 그저 다윈에 도착한 그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이 무슨 일로 호주에 왔느냐고 묻자 남쪽으로 가보려 한다고 답합니다. 남쪽 어디로 갈거냐고 재차 묻는 말에는 글쎄요, 어쩌면 퍼스?’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다윈에 온 것이 맞습니다.


그저 여행안내서에 적혀 있는 다윈에서 퍼스까지 이어지는 5천 킬로미터의 도로는 당신을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오지가 드러내 보여주는 자연의 신비 한가운데로 이끌뿐더러 지구에 남은 마지막 위대한 야야생의 세계로 들어서게 한다.(25)”라는 구절에 끌려 무작정 떠나온 것으로 여행에 대한 준비라고는 전혀 없는 백지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가 새로 얻은 신문사에 갈 수 없음을 통보하고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윈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하루하고 반나절이 걸렸을 뿐이라고 하니 그럴 시간이 없었을 법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일련의 미친 결정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 지도와 사람에 빠지면 인생을 조지게 된다.(28)”였다고 미리 고백합니다.


여행의 시작은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됩니다. 타고갈 밴도 구하고, 그것도 달라는 값을 다 주고, 출발을 했는데, 출발하고서 두 시간 만에 캥거루와 충돌을 했다는 것입니다. 저녁 무렵에 출발을 한 탓에 암흑 속에 묻힌 도로를 달리다 벌어진 일입니다. 처음 들른 주유소에서 티투스라는 이름의 원주민을 태워주기도 하고, 야영지를 떠나면서 들린 주유소에서는 앤지라는 이름의 20대 여성을 만나 태워주었습니다. 가족이 없다고 하는 닉에게 당신이 내일 당장 죽거나 실종되더라도 찾아 나설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잖아요라면서 언젠가 가족과 함께 할 날이 올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목을 심상치 않게 들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화자인 닉의 입장이거나 독자인 저의 입장에서도 말입니다.


두 사람은 결국 지켜야 할 선을 넘고 마는데, 앤지가 상황을 주도하고 닉은 끌려가는 입장입니다. 사랑이 아니라 굳이 지켜야 할 선이라고 적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관계를 강요당하는 입장이 되자 닉은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결국은 마취가 된 상태로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는 오지마을 울라누프로 납치되고 말았습니다. 일종의 약탈혼이 성립된 것입니다. 탄광이 폐쇄된 마을에 흘러든 네 가족으로 구성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하여 남녀를 불문하고 밖에서 결혼상대를 붙들어온다는 것인데 그렇게 끌려온 사람은 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호주의 오지여행을 꿈꾸던 닉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편집증적인 사랑을 다룬 영화 미저리를 뛰어넘는 극단적인 상황입니책임 없는 삶은 실체 없는 삶이라는 교훈을 남긴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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