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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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은 최근에 미국의 출판사와 판권계약이 이루어져 영어로 출간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읽게 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인간형 기계 콜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월에 경마장에 와서 투데이라는 이름의 말과 함께 경마에 나선 기계 기수입니다. 현장에서 일할 때의 이름은 C-27이었는데 사고로 폐기되면서 주인공인 연제가 구득하게 되면서 콜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천 개의 파랑>은 콜리가 투데이의 등에서 낙마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끝이 납니다. 문학작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수미상관(首尾相關)의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산업현장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들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이제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인간을 도와주는 활동형 자동기계도 등장하고 있으며 인간형 기계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니까 <천개의 파랑>의 시대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콜리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 즉 중앙제어장치에 경마용이 아니라 학습용 집적회로가 들어가는 바람에 경마에서 일반적으로 활동하는 기수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데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낙마함으로써 스스로는 폐기될 수준으로 손상을 입게 되는 선택을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형 기계가 기수로 등장하면서 경마용 말이 사람을 기수로 태울 때보다 훨씬 가벼운 기수를 태움으로서 부담이 줄었지만, 대신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새로 생긴 것입니다. 결국 조기에 부상을 입고 경마에서 물러나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주인공인 연재의 가족은 삶이 힘들기만 합니다. 어머니 보경은 젊어서 영화배우로 활동하던 중에 불의의 화재사고로 은퇴를 하게 되었고, 사고과정에서 만난 소방관과 결혼을 하게 되지만 두 딸을 얻은 뒤에 불의의 사고로 순직하고 말았습니다. 어렵게 두 딸을 키워가지만 설상가상으로 큰 딸 은혜가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모녀들의 삶은 꼬여가기만 합니다. 그래도 두 딸들은 나름 바르게 컸습니다.


보경이 경마장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까닭에 은혜는 경마장에서 많은 위안을 받게 되는데, 그런 환경이 연재와 콜리의 만남이 가능해졌고, 이 소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연재는 망가진 채로 있는 콜리를 처음 만났을 때, 일반적인 기계 기수와는 다른 무엇이 있음을 깨닫고, 수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 콜리를 샀지만,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콜리를 수리하고 안락사 당할 운명에 처한 투데이를 두고 최선의 길을 찾으려는 연제와 반친구 지수, 언니 은혜, 엄마 보경, 경마장 수의사 복희, 경마장 관리사 민주, 연제의 사촌 오빠인 방송기자 서진 등이 힘을 합칩니다. 연제와 콜리가 생각해낸 방법은 부상 중인 투데이가 안락사를 당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콜리와 함께 경마에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마에서 콜리가 다시 낙마를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콜리가 처음 낙마를 한 것도 투데이가 콜리의 무게를 힘겨워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주에 나섰을 때는 딴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문득 하늘이 푸르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합니다. 입력된 정보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어 있는 인간형 기계가 스스로를 버리고 이타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 가운데는 이 작품의 마무리가 아쉬웠다는 분도 계셨는데, 기계 인간이 말이 통하지 않는 투데이가 아니라 사람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구도를 넣었더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예전에 본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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