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매 대실 해밋 전집 3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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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몰타를 여행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추천한 책이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였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몰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샌프란시스코이며 시대적 배경은 1928105일에서 10일까지 엿새 동안 벌어진 사건입니다.


사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탐정사무소를 열고 있는 샘 스페이드에게 뉴욕에서 온 원더리 양이 플로이드 서스비라는 남자와 도망친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사건을 의뢰합니다. 사건은 스페이드의 동업자 마일즈 아처가 맡게 되지만 그날 밤 누군가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리고 그가 추적하기로 한 서스비 역시 살해됩니다. 그리고 원더리라는 여성의 행적도 묘연해지는데....


졸지에 동업자를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 샘은 사건을 뒤쫓기 시작하고 원더리 양이 사실은 브리지드 오쇼네시임을 밝혀내고 뒤를 쫓습니다. 이어서 그녀를 뒤쫓는 조엘 카이로와 두 사람을 만나는 샘을 감시하는 윌머 쿡이 등장하고 그를 부리는 뚱뚱한 남자 캐스퍼 구트먼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등장인물, 특히 브리지드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샘에게 도와달라고 매달립니다. 결국 구트먼을 만나고서야 사건이 몰타에서 만들어졌다는 매를 뒤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몰타는 긴 장화를 닮은 이탈리아 반도의 앞부리에 있는 시칠리아 섬 아래 있는 작은 섬입니다. 몰타는 기원전 4천년 무렵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카프타고, 로마제국, 시칠리아 왕국 등을 거쳐 에스파냐 왕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1530년부터는 성 요한 기사단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스페인의 황제(카를로스 1)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카를 5)가 일 년에 몰타의 매 두 마리를 공물로 내놓는다는 조건으로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에게 이 섬을 임대했기 때문입니다. 700명의 성 요한 기사단은 3만명의 병력을 동원한 오스만제국의 몰타 침공을 8천명의 몰타주민과 함께 격퇴하기도 했습니다.


몰타는 유럽대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통로에 위치하고 있어 해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부를 쌓아갔습니다. 소설 <몰타의 매>에서는 기사단이 부를 누리게 해준 신성로마제국의 카를5세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 위하여 황금으로 만들고 보석으로 치장한 몰타 매의 형상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하지만 매를 태운 배가 출항하자 해적들의 습격을 받아 공물인 매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몰타의 매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브리지드의 손에 들어어게 되었고, 이를 미국으로 가는 배편으로 빼돌렸던 것입니다.


이야기가 끝나도록 매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브리지드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샘은 많은 정보원과 조력자들을 통하여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고 세 건의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냅니다.


사실 <몰타의 매>에서 주인공이라 할 매의 실체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초반에 샘이 브리지드에게 들려주는 프릿크래프트 라는 이름의 부동산 중개인의 실종사건이 상당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간 프릿크래프트는 4시에 잡아놓은 골프약속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치 손을 쥐고 있다가 펴면 사라지는 주먹처럼 그렇게 사라진 것입니다. 5년 뒤에 멀지 않은 작은 도시에서 그를 발견됐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에 공사중인 건물에서 떨어지는 들보가 그를 바짝 스치고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사람이 우발적으로도 죽을 수 있으며 살아남은 것도 전적으로 운이 좋아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떠남으로 해서 삶을 무작위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인데, 막상 옮겨 간 곳에서의 삶이 이전의 삶과 크게 다를 게 없더라고 했습니다.


대실 해밋은 셜록 홈즈 류의 수수께끼 풀이 방식의 탐정소설이 넘쳐나던 시절에 무미건조한 묘사로 극사실주의를 표방한 하드보일드 형식을 완성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몰타의 매>가 대표적이라고 합니다. <몰타의 매> 덕분에 몰타의 역사와 성 요한 기사단에 대하여 공부를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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