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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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연속극을 먼저 본 뒤에 읽게 되었습니다. 연속극을 보고서 원작 소설을 읽게 된 경우는 처음인 듯합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연속극의 장면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혁진 작가의 <사랑의 이해>는 은행에 근무하는 남녀 4명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비정규직인 안수영은 그 미모 때문에 남자직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지만 청경 정종현과 연애를 시작합니다. 청경 정종현은 은행에 근무하는 한편 경찰이 되기 위한 시험에 도전을 이어갑니다. 하상수 계장은 안수영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계수가 틀리는 바람에 저녁약속 자리에 나가지 못하면서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대학 후배인 박미경 대리와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연속극에서는 네 사람의 가족들도 등장하여 배역의 성격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만, 소설에서는 박미경의 부친과 사촌오빠가 식사를 함께 하는 장면이 잠깐 나올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네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구조에 대한 서술이 연속극과 비교해서 부족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연속극에서는 안수영의 주변을 감도는 하상수의 동선이 꽤나 집요하게 이어지면서 네 사람 사이의 갈등으로 발전해가는 반면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이 분명치가 않습니다.


갈등 요소는 종현의 아버지가 다치는 바람에 수영이 종형과 동거하기로 결정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계속 실패하는 것이 두 사람의 관계를 파국으로 이끄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미경과 상수의 관계는 미경의 집안 배경이 걸림돌로 작용하여 관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청춘남녀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결혼에 이르게 되는데, 의외로 많은 요소들이 고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세상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이해>라는 제목 옆에 利害(이해), 理解(이해)라는 한자어를 붙여놓은 것 같습니다. 사랑을 하는 사이에 利害(이해) 관계를 따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를 理解(이해)하게 되면 결혼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사랑의 이해>에 등장하는 두 쌍의 남녀는 결국 利害(이해)를 따지는 과정에서 서로를 충분히 理解(이해)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해 좋은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연속극과 소설에서는 잠깐 보여주는 뒷이야기에도 차이도 있습니다.


연속극에서는 안상수 역의 유연석 배우, 안수영 역의 문가영 배우, 박미경 역의 금새록 배우, 정종현 역의 정가람 배우 등이 배역의 성격을 잘 연기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명의 젊은이들은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사랑을 망설이고, 시작하고 흔들리고 주춤대고 결국은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사랑은 지나치게 고민하고 계산하면 답이 나오지 않은 것 아닐까요?


망설였다. 관계를 더 발전시킬지 말지. 수영이 텔러, 계약직 창구 직원이라는 것, 정확히는 모르지만 변두리 어느 대학교를 나온 듯한 것, 다 걸렸다. 일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랬다. 그 두 가지가 상수 자신의 밑천이었기 때문에, 상수가 세상에서 지금까지 따낸 전리품이자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그 위력과 차별을 나날이 실감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상수의 생각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수영 역시 상수에 대하여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수영은 어떤 생각에서 종현과 사귀기로 결정하게 된 것인지는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녀와 사랑을 해보려는 남자직원들이 적지 않았다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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