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즐겨 읽기 때문인지 도서관은 물론 서점에 관한 책에도 관심이 가는 편입니다.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부제가 생뚱맞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서점은 어떤 점이 환상적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어가다 보니 서점도 흔히 생각하는 그런 서점이 아닐뿐더러 등장인물 또한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서장이라는 것이 <환상서점>의 꼬투리가 되는 이야기인 듯하지만, 읽어가다 보면 그보다 더 앞선 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서장에 등장한 인물들이 생을 거듭하여 만난다는 이야기인데, 남녀 주인공은 물론 조연의 정체도 모호한 것 같습니다. 저승사자, 신, 영생을 사는 존재, 환생을 반복하는 여자 등이 무슨 인연으로 엮이게 된 것인지가 분명치가 않습니다.
책으로 발표되지 않은 이야기를 적은 책에 관한 이야기는 랄프 이자우의 <비밀의 도서관>을 떠올리게 하고, 신과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TV연속극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가 연상됩니다. 남자 주인공 서주는 서점 주인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라면 어자 주인공 연서는 연애편지라는 뜻일까요?
세상사가 모두 인연이라는 끈으로 엮여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때 어떤 소녀가 책을 주워들었다. 두리번대던 소녀는 곧 책의 주인인 남자를 찾아냈다. 새까만 눈동자가 그의 등을 응시했다. 곧 작은 다리가 그를 쫓아 움직였다. 모든 우연이 가리키는 순간이자 신이 이끈 필연이다.(230쪽)”
그 책은 남자가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책이었습니다. 서주의 책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를 기록하는 걸 좋아합니다. 말이란 건 흩어지지 마련이나, 글을 영원하다. 어디선가 들었습니다만, 무첫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혹시라도 잊혀 사라진다면 정말 슬플 겁니다. 그런 마음에 취미를 이어가다보니 어느 새 이런 서점도 운영하고 있더군요.(33쪽) 랄프 이자우의 <비밀의 도서관>에 모아둔 책들의 성격과도 닮은 내용입니다. 역시 부지런히 무언가 글로 쓰고 또 운이 닿으면 책으로 묶어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리아는 생각입니다.
작가 지망생인 연서는 꾸준하게 글을 쓰고는 있지만 책으로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좌절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인연이 된 출판사에서도 글을 검토하고는 ”당신의 글은 상업성이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는데, 최근에 탈고한 원고도 해피엔딩으로 수정해보면 어떨까하는 검토의견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던 가운데 일상에서 멀지 않은 산에 가게 되는데, 특히 꽤나 높은 절벽에 이르게 됩니다. 서울이 여타의 대도시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이 있다는 점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연서는 그런 장소에 있는 환상서점에 너무 쉽게 접근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가운데 서주는 주로 기다리는 역이고 연서는 서주를 기다리도록 만들었다가 다시 환생하는 그런 평범한 인간임을 암시합니다. 작가는 환상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하여 환생이라는 화두를 붙잡은 듯합니다.
저승사자가 등장한다는 말씀을 앞서 드렸습니다만, 영생을 얻는 비법을 전수해주는 대목입니다. ”죽음 직전에 찾아오는 저승사자를 잘 대접하여 돌려보내면, 받은 성의를 생각해 수명을 늘려준다“라고 합니다. 진시황이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굳이 동방에 선인을 대규모로 챙겨 동방으로 불로초를 구하는 선발대를 보내기도 합니다. 작가는 영생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취약점을 꽤 뚫고 있어서 생가들 방법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죽음 직전에 찾아오는 저승사자를 잘 대접해서 보내게 된다면 불로초가 아니라 애시 당초 불로초를 구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선물용으로 책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