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소도시 여행 - 순수함을 닮은 길 비아 프란치제나를 걷다
백상현 지음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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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 흩어져 있는 작은 마을을 여행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해서 책장을 넘겨보니 사진이 많아서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토스카나 소도시 여행>은 소도시 여행자이자 여행사진작가 백상현이 비아 프란치제나의 토스카나 구간을 걸어서 만난 마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는 영국의 캔터베리에서 프랑스와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의 로마로 이어지는 옛길입니다. 중세 무렵 교황청과 사도 베드로와 바울의 무덤을 찾는 순례자들이 이용하던 순례길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프랑스에서 오는 길)혹은 비아 로메아 프란치제나(Via Romea Francigena"("프랑스에서 오는 로마로 가는 길")로 알려졌습니다.


처음에는 롬바르디아 길(Lombard Way)라고 했던 것을 725년 바바리아의 아이히슈타트 주교 빌리발트(Willibald)가 남긴 여행기록에서는 프랑크 루트(Iter Francorum)이라고 적었습니다. 비아 프라치제나라는 이름은 토스카나의 몬테 아미아타에 있는 산 살바토레 수도원에 보관되었던 양피지에 적은 악툼 클루시오(Actum Clusio)에서 처음 언급되었습니다.


990견 무렵 캔터베리의 시게릭(Sigeric) 대주교는 그의 팔리움(Pallium)을 받기 위하여 캔터베리를 출발하여 교황청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시게릭 대주교는 로마에서 돌아올 때는 전체 여정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1,700의 여정을 80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하루 평균 20씩 걸었습니다. 영국의 순례자들은 시게릭 대주교가 남긴 기록을 토대로 로마로 향했습니다.


<토스카나 소도시 여행>의 저자는 비아 프란체지나 가운데 토스카나 지방의 폰트레몰리에서 아쿠아펜덴테에 이르는 354의 구간을 걸은 기록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사실은 토스카나의 북쪽에 있는 롬바르디아의 파비아에서 시작합니다.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길은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어딘가로 부터 이어져왔고, 누군가 먼저 발을 내디뎠기에 길이 생견 미래를 향해 간다. 늘 길을 그렇게 미완성의 완결성을 가지고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물리적인 공간 속에 닫혀 있다.(19)“


문장이 참 간결하고, 매사를 시시콜콜 들먹이지 않고 아주 적당한 정도로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해가 저물면 순례자들도 쉬어갈 곳을 찾기 마련이기 때문에 순례길에는 적당한 간격으로 마을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풍경은 아마도 비슷비슷할 것 같습니다. 저는 대형차를 타고 주로 고속도로를 따라 이탈리아를 여행했기 때문에 이탈리아 시골풍경을 제대로 느껴볼 수 없었습니다만 비아 프란체지나를 따라 걷다보면 그대로의 이탈리아 시골풍경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그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 보았던 시골풍경 그대로 였습니다.


순례길에 흩어져 있는 작은 마을들이 작가의 관심사인 만큼 사진들의 대부분은 마을 풍경과 마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수많은 사진에 따로 설명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진이 실려 있는 쪽 어디엔가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것이 사진에 담긴 풍경인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23개의 마을 가운데 적어도 오르비에토는 가본 적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여행에 관한 단상들도 눈길을 끌었고, 다만 부온콘벤토에서 신성로마제국의 헨리7세 황제가 사망한 사실이 세 차례나 언급되면서 사인에 관한 설명이 다소 헷갈리게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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