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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산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평점 :
세상을 살아가면서 큰 시련 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크고 작은 시련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시련을 겪었고, 의과대학을 졸업하고는 원하는 과목을 전공하지 못하는 시련도 겪었습니다. 수련을 마치고는 제때 교원으로 임용되지 못하고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었을 뿐입니다.
대입에 실패했을 때는 1년이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다시 기회를 붙들 수 있었지만, 그 뒤로 만난 시련은 그때마다 차선이라 생각되는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원하는 길을 걸었다고 해서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차선의 선택들이 손에 잡힐만한 결과물을 맺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베리아 반도와 모로코를 여행하고 여행기를 쓰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코엘료의 작품들을 몇 권 더 읽었습니다. <다섯 번째 산>도 큰 기대 속에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에도 끝이 있어. 그런 그것이 남기는 교훈은 영원하지.’라는 표지에 적힌 한 구절이 눈길을 끌었는지도 모릅니다.
“<다섯 번째 산>은 코엘료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뒤바꿔놓은 시련과 그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 이후 써내려간 작품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 그는 긴 터널과도 같았던 이때의 고비를 넘어서서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던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고, 결국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서게 되었다.”라고 출판사에서 정리한 대목은 적절치 않아 보였습니다.
작가는 <다섯 번째 산> 집필을 마쳤을 때, 서른 살이던 해에 음반제작자로서 대성하는 꿈이 무참하게 꺾였던 일화를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밖에도 살아오는 동안 피할 수 없는 일이 닥쳤던 다른 경우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피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대한 담을 찾기 위해 나는 엘리야를 따라 아크바르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라고 작가의 말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섯번째 산>을 기획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고 했더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을 터이나, 이미 집필을 마친 뒤에 그런 생각을 했다고 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어떻든 <다섯 번째 산>은 성경에 나오는 에언자 엘리야의 일생을 뒤쫓으며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구약성경의 열왕기에 나오는 티스베 사람 엘리야는 시돈의 공주 이세벨과 결혼한 뒤에 이세벨의 요청에 따라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이방신인 바알 신을 섬기도록 강요한 북이스라엘의 아합왕에게 앞으로 3년동안 가뭄이 들 것이라는 하나님의 예언을 전달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페니키아의 시돈으로 간 엘리야는 과부에게 의탁하고서 많은 기적을 행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3년뒤에 이스라엘로 돌아와 바알신과 이스라엘의 하나님에게 기적을 행하는 대결을 펼친 끝에 바알신으로부터 응답이 없었지만 하나님으로부터는 불이 내려오는 기적을 연출하여 아합왕과 이세벨의 무리를 물리쳤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산>에서는 앗시리아 군이 아크바르의 침공을 앞두었을 때 바알신과의 대결을 시돈에서 벌일 것인지 아니면 이스라엘에서 벌일 것인지는 엘리야가 선택하도록 하는 변주가 펼쳐집니다. 엘리야는 아크바르를 구하는 선택보다는 이스라엘을 구하는 선택을 하고 아크바르는 시리아군의 침공으로 무참하게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엘리야는 아크바르의 재건이 자신이 이루어야 할 지상의 목표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하나님과의 대결이라는 구도로 설명이 되고, 하나님도 결국은 엘리야를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