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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기억의 심리학 - 천개의 얼굴을 가진 기억-우리는 무엇을 왜, 기억하고 망각하는가
박지영 지음 / 너머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저는 오랫동안 치매에 관심을 두어왔습니다. 치매환자가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이 기억력 저하이기 때문에 기억의 본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박지영 작가의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도 기억에 대한 앎을 넓히기 위해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고는 출판사의 편집인을 거치면서 심리학의 연구성과를 알리기 위한 강의와 집필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 저장되고, 필요할 때는 어떻게 되살려내는지에 대하여 딱 떨어지게 설명된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기억이 시원치 않은 까닭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에서는 어느 정도 가닥이 정리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은 기억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기보다는 기억의 본질을 정리하여 설명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목이 적절한가 싶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별로인 친구에게 ‘너 붕어야?’라고 놀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붕어 낚시를 하다보면 떡밥을 물었다가 낚시 바늘에 꿰일 뻔한 붕어가 불과 3초 뒤에 다시 떡밥을 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붕어의 기억력이 3초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짐작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수족관에 있는 붕어는 먹이를 주는 장소를 기억한다고 해서 붕어의 기억력이 3초니, 15초니 하는 주장이 틀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에서는 ‘기억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핵심요소’라는 제목의 머리말로 시작합니다. 놀라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동물이 없지 않은 것을 보면, 사실 기억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에 관련된 사항을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왜 중요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기능을 하고, 또 기억이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 등에 관하여 각종 실험과 실생활에서의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7쪽)’라고 적었습니다.
이 책의 얼개는 기억 연구의 역사와 기억의 얼개를 소개하고,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 그리고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 기억이 재구성된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이 사라지는 까닭을 설명합니다. 2009년에 출간된 탓인지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기억이 저장되는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충분하지 못한 느낌이 있습니다.
잠재의식광고에 엮인 논란이 있다는 사실도 빠져있습니다. 역치아래(subliminal) 광고하는 광고기법은 특히 영상물에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짧은 순간에 광고를 심어 잠재의식을 일깨워보겠다는 시도입니다. 그 효과에 대한 학술적 논란이 여전하지만, 역치아래 광고는 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위험요소를 사전에 막겠다는 입법 취지입니다.
‘게으른 사람만이 메모를 한다’라는 독일 철학자 칸트의 말을 인용했는데, 사실여부의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어떻든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완벽한 것이 아닌 까닭에 보고 들은 것을 간단하게 적어두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즈음에는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활용하여 녹음을 하거나 요약하게 기록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기억에 관한 실험의 결과를 비롯하여 다양한 인용자료 등에서 뽑은 표, 그림, 사진 등의 자료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기억의 현상에 대한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출간으로부터 14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그동안 새롭게 밝혀진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을 비롯하여 기억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더해서 개정판이 나왔으면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