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세계사 -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술이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
마크 포사이스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니 술과 함께 한 세월도 갑자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거리도 적지 않아서 언젠가 정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은 듯, 술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어 무엇을 주제로 삼아야 할까 고민입니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제목이나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술이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라는 설명 모두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술에 만취한 인간들의 역사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나는 안타깝게도 만취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만취의 역사를 쓰려는 사람이 하는 말로는 황당한 고백처럼 들릴지도 모른다라고 머리말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음주 전체의 역사는 인류의 전체 역사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역사상 특정 시점을 선택하여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만취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술 취한 원숭이의 출현에서는 인간이 술을 발견하고 만들어 마시게 된 이야기로부터 출발합니다. 즉 음주의 시작을 밝히려는 노력입니다. 2부 고대 세계의 음주에서는 이집트, 그리스, 중국, 로마 등 고대세계의 사람들의 음주, 아니 만취 행태를 소개합니다. ‘성경은 술을 금하지 않았다는 7장은 특정 시대의 문명권의 이야기가 아니라 종교집단의 음주행태를 다루었다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3부 코란, 바이킹, 맥줏집 그리고 풀케에서는 암흑시대의 게르만, 바이킹, 중세 영국, 아즈텍 등, 중세 문명의 만취행태를 다루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이슬람 세계의 음주행태가 소개되는 것은 2부에서 기독교문명의 음주행태를 다룬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종교집단의 음주행태를 별도로 떼어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4부 금주의 정치학에서는 근대의 영국, 호주, 미국, 러시아,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금주법을 시행한 이후로의 음주행태를 다루었습니다. 역시 금주법을 시행했던 나라들이 적지 않은 만큼 따로 떼어내는 편이 좋았겠습니다.


이 책이 술의 역사는 아니지만 문명별로 특색이 있는 술에 대하여 설명하였고, 특히 기상천외할 음주행태가 소개되고 있어 재미있게 읽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마크 포사이스는 열네 살 때부터 지금까지 음주에 관한 방대하고 실증적인 자료를 조사해왔다고 합니다. 그것들을 정리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는데, 원서의 제목은 <A shot history of drunkenness>입니다. 우리말로 옮긴다면 <만취의 짧은 역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머리말에 적은 이 책의 기획의도를 그대로 담은 제목이라는 생각인데, <술에 취한 세계사>라는 우리말 제목은 저자의 기획의도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인간의 음주행태에 관한 저자의 자료조사는 물론 선사시대로부터 세계 곳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아즈텍 등 대표적 문명에만 국한되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조금은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해석도 적극적으로 소개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또한 추정을 바탕으로 하여 확대해석하는 것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역사가 프리스코스가 448년에 훈족의 왕 아틸라를 만난 기록입니다. 아틸라의 시대에는 그리스가 아니라 동로마제국이라 함이 옳겠습니다. 프리스코스가 아틸라의 연회를 소개한 것은 흥미로운 읽을거리였습니다만, ‘그후 프리스코스는 콘스탄티노플로 돌아가 역사책을 썼고 아틸라는 코피를 흘리다 죽었다라는 대목이 사족처럼 보였습니다. 아틸라가 암살을 당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동로마의 역사가 프리스코스가 남긴 아틸라가 평소에도 과음을 즐겼다. 새 부인과 첫날밤을 맞은 그날도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 그는 코피를 굉장히 많이 흘려 목이 막혀 죽었다는 기록이나, 고트족 역사가 요르다네스가 적은 아틸라가 술에 취한 후 침대에 잠이 들었을 때 그의 코에서 선명한 피가 흘렀는데, 그 피가 목으로 들어가 그를 질식케 했다는 내용에 따라 자연사로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덕분에 지금 쓰고 있는 호주 여행기에 읽을거리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혹시 술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게 된다면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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