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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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첫 번째 수필집 <다정한 서술자>를 읽었습니다. <태고의 시간들>, <방랑자들>, 그리고 <낮의 집 밤의 집> 등을 읽으면서 참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던 작가입니다. <다정한 서술자>는 글쓰기에 관한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그러니까 작가 나름의 작가수업인 셈입니다.


<다정한 서술자>는 작가가 노벨상 수상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는 여섯 편의 수필과 여섯 편의 강연록을 실었습니다. 일단 글의 내용은 문학과 글쓰기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점입니다만, 어렸을 적부터 시작한 엄청난 규모의 읽기가 결국에는 쓰기로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사실을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별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만, 어느 정도(제 경우는 천권 정도가 되었을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나면 글쓰기에 대한 충동같은 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글 오그노즈야에서 코로나 대유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의심할 여지 없이 블랙 스완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블랙 스완의 속성이 그렇듯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전염병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34)” 뉴질랜드의 호수에서 블랙 스완을 만났을 때 매우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챠이코스프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를 새롭게 해석한 대런 에러노프스키 감독의 브랙스완(2010)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블랙 스완은 맥락이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 뉴욕대학교의 나심 탈레브교수는 2007년 발표한 블랙 스완에서 극히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블랙 스완에 비유하였던 것입니다. 블랙 스완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 매우 개연성이 희박한 사건을 말합니다. 첫째 예측이 불가능하고, 둘째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며, 셋째 일단 현실로 나타나면 사람들은 뒤늦게 설명을 시도하여 마치 검은 백조가 설명 가능하고 예견 가능했던 것처럼 여기게 만듭니다.


책읽기에 관한 내용도 특기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심리학자들은 유익한 독서활동이야말로 건강한 정신의 특징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익하다는 것은 읽은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느 과정과 관련이있다. 우리는 감정이 동요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책을 읽지 않는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이러한 능력을 거의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독서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정신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109)”


길지 않은 두 번째 수필 낯섦 연습하기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서양인의 여행관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서양의 여행자는 세상을 온전히 현실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우월감이라는 거품에 갇힌 채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마치 그림자처럼 자신이 방문한 나라와 문화의 틈바구니를 교묘하게 넘나든다.(46)” 이 이야기는 편견에 사로잡히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편견 없이 세상을 보는 눈을 견지할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현대의 여행자들이 이국적인 장소로 여행을 떠나 매일 무엇을 했는지 사진으로 시시콜콜 알려주는 블로그오 페이스북이 생긴 뒤로 여행을 하고픈 열정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내가 어디에 갔었는지 이야기해 줄게와 같은 유의 책이아 여행을 주제로 한 각종 이벤트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이 책이 저자 자신의 작품론으로 읽히더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작품을 구상하던 이야기는 물론 작품 속 등장인물을 설정하는 과정도 소개하고 있어서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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