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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ㅣ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김성은 옮김, 샬럿 브론테 원작, Crystal S. Chan / 한빛비즈 / 2022년 8월
평점 :
한빛비즈의 문학툰 연작 가운데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샬럿 브론테 원작의 <제인 에어>입니다. 이 작품도 <빨강머리 앤>처럼 원작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만화로 그려진 <제인 에어>를 읽고서 원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847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910년 미국에서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이래 영화와 연속극 등 수십 편의 영상물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등장인물의 성격이 독특한데다가 극적인 요소가 풍부한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상물에 대한 평가는 출연한 배우들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었다고 합니다. 뮤지컬과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는데 만화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일찍 부모를 여읜 고아소녀 제인이 외삼촌 집에 얹혀살게 된 제인은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서 외숙모와 외사촌들의 학대를 받게 됩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평부당한 대우에 저항하다가 외숙모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로우드 자선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현실을 회피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이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엄격한 교육과 열악한 복지로 추위와 굶주림에 떨어야 했지만 친구 헬렌과 템플선생님의 덕에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로우드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전직을 하게 됩니다. 바로 손필드의 로체스터 가에서 아델의 교육을 맡게 된 것입니다. 손필드에서 못생기고 괴짜인 주인 로체스터와의 만남이 사랑으로 발전하여 결혼에 이르게 되지만, 결혼식에서 로체스터의 본부인이 살아있음이 밝혀지고 두 사람의 결혼은 맺어보지 못하고 파경을 맞게됩니다.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혼외의 관계를 유지하자고 제안하지만 제인은 무작정 손필드를 떠나고 맙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촌형제들에게 의지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게 되지만 로체스터와의 운명의 실이 끊어지지 않았던 탓에 손필드로 돌아가게 됩니다. 제인이 떠나있는 사이에 로체스터의 부인 버사가 일으킨 화재로 건물이 불타고 로체스터도 눈과 한 팔을 잃는 장애를 입은 처지가 되었습니다. 처지가 전만 못한 로체스터지만 제인은 오히려 사랑으로 그를 돌보겠다는 생각에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 나는 결국 로체스터 씨와 결혼했다”라는 유명한 대사는 만화에서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한빛비즈의 만화툰 연작의 <제인 에어>는 샬럿 브론테가 그려낸 제인의 존재를 잘 묘사해냈다는 생각입니다. 외삼촌 집와 로우드 자선학교에서의 핍박받는 환경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손필드에서도 부자인 주인 로체스터와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랑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입니다. 로체스터가 본부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로체스터가 제안한 혼외관계를 거부하고 떠나는 모습도 당시의 영국사회의 현실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만화) 제인 에어)에서는 제인이 로체스터와 결혼하고 보낸 10년의 세월을 불과 6쪽에 담아냈습니다만, 제인과 로체스터 부부가 꾸려낸 가정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상태로 조화롭고 행복한 것이었습니다. 행복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한 과정을 통하여 스스로를 갈고 닦아 성숙해진 다음에 이를 수 있는 경지라는 생각입니다.
원작에 등장하는 로체스터는 못생기고 괴짜라고 하는데 만화에서는 각이 진 얼굴 선으로 그려낸 로체스터는 못생겼다고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인은 그런 로체스터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느낀 것을 아닐 것입니다. 많이 압축된 만화에서 챙기지 못한 부분은 무엇일까 궁금해져 원작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엄청난 분량의 <빨강머리 앤>에 비하면 읽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