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동서문화사 월드북 76
허먼 멜빌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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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아내가 골라 읽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읽은 기억으로는 꽤나 얇은 책이었는데 막상 도서관에서 빌려온 동서문화사가 월드북 기획으로 내놓은 <모비 딕>은 작품해설을 포함하여 735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읽어가다 보니 어렸을 적에 읽은 <모비 딕>은 청소년을 위한 기획으로 화자인 이스마엘이 포경선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시작해서 출항 후에 모비딕을 뒤쫓아 가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3일에 걸친 대결을 중심으로 하는 줄거리를 요약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원전은 그야말로 고래와 포경업에 관한 모든 사실을 정리한 백과사전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서 고래를 잡았다고 들었습니다만, 서양에서는 기름을 뽑아 등유와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고래를 잡았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고래를 잡았는지 씨가 마를 지경에 이르자 세계적으로 포경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흔히 <모비 딕>은 거대한 흰 고래를 잡으러 나섰던 에이허브 선장이 한쪽 다리를 잃고서 복수에 나선 여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코드 곶 남쪽에 있는 낸터킷 항을 떠난 피쿼드호는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로레스 제도에서 남하하여 아르헨티나의 라플라트 강 어구에 있는 프레트 어장을 거쳐 다시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프리카 연안의 세인트 헬레나 섬 남쪽의 캐롤 어장을 거쳐, 희망봉을 지나 인도양을 남쪽으로 동진하여 수마트라, 보르네오, 필리핀을 지나 일본 남쪽의 어장을 거쳐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에서 모비 딕과 조우하게 됩니다. 이 항로는 계절 별로 모비 딕이 출몰하는 어장이었습니다.


에이허브 선장은 배를 운항하는 도중에 포경선을 만날 때마다 모비 딕을 보았느냐고 집요하게 물어봅니다. 모비 딕의 행적을 파악하게 되었을 때는 바다사람들이라면 의례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않고 모비 딕의 추격에 나섭니다. 모비 딕의 출현을 처음 알려준 레이첼 호의 선장이 실종된 아들들이 탄 보트의 수색요청을 거절하고 모비 딕의 추적에 나선 것입니다. 그로부터 에이허브의 피쿼드호는 사흘 낮 밤을 통하여 모비딕을 추격하고 대결을 펼칩니다. 에이허브와 용감한 선원들은 모비 딕에게 몇 차례 작살을 던져 꽂았습니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이라 할 만큼 지략을 가진 모비 딕은 작살에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피쿼드 호와 충돌하여 침몰시키고 말았습니다. 피쿼드 호에 승선한 모든 선원들이 몰살했더라면 이들의 엄청난 대결과정도 묻혀 사라지고 말았을 것입니다만, 화자인 이스마엘이 아들을 찾아 헤매던 레이철에 의하여 구조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에이허브 선장과 피쿼드 호의 용감한 선원들이 모비 딕과 맞서는 과정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속에서 읽어가게 합니다. 그리고 피쿼드 호가 일본 어장을 지날 무렵 만난 태풍을 거슬러 가는 과정 역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휘몰아치는 광풍과 거대한 파도 속에서, 그야말로 일엽편주에 불과한 피쿼드 호를 조종하여 태풍 속을 뚫고 나가는 모습은 엄청난 자연의 힘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스마엘이 낸터킷에서 조우하여 우정을 쌓게 되는 작살잡이 퀴퀘그가 모시는 검둥이 신의 이름이 요조라는 읽고는 놀랐습니다. 언젠가 방송에서 만났던 홍대 여신의 이름이 요조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녀의 예명은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大庭葉蔵)에서 따왔다고 들었기 때문에 퀴퀘그의 검둥이 신과는 무관할 것 같습니다. 요조씨는 이 사실을 알까 모르겠습니다.


페루의 리마에 대한 기록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리마를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슬픈 도시로 만든 것은 () 리마가 흰 옷을 입고 있으며, 그 흰 색조에 한층 더 귀기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261)”


오늘날의 포경 장면과는 많이 달랐을 19세기 무렵의 포경장면을 상세하게 기록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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