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진정한 욕망과 영성 그리고 사랑을 찾아 낯선 세계로 떠난 한 여성의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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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누군가의 책에서 보고 읽게 된 책입니다. 요즘은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집어 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경우는 다른 작가의 같은 제목의 책을 읽은 것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이탈리아에 갔을 때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던 루카 스파게티가 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로마편>을 먼저 읽은 셈입니다. 루카 스파게티의 책은 너에게 친구가 있잖아라는 부제를 달았고,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책은 이탈리아인도인도네시아의 삼색 여정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루카 스파게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로마편>을 읽고서 공감되는 바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책을 읽고서는 원전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는 주장이 편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9.11사건이 일어나기 2일 전인 200199일 남편과 마지막 만찬을 끝으로 돌입한 이혼투쟁과 그 기간 만났던 남자와의 이별 등으로 탈진한 저자가 이탈리아에서 4개월, 인도에서 4개월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4개월을 보내면서 심신을 정화해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남편도 괜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작가는 모든 재산을 남편에게 넘겨주고 빈털터리로 몸만 빠져나왔다는, 그러니까 이혼에 합의해주지 않는 남편은 형편없는 사람으로 짐작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혼투쟁을 하는 동안 단순한 별거가 아니라 남편이 아닌 남자와 동거하다가 그마저도 결국은 헤어지는 선택을 하면서도 사랑타령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4개월씩 살아보는 이유나 과정도 거창해보이지만 ?’하는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로마로 가서 4개월을 살아보기로 한 것은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위함이라고 합니다만, 이탈리아어를 배워서 무엇을 할 것인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미국 교수가 이탈리아에 가서 이탈리아어를 배운 다음에 이탈리아어로 썼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의 저자는 이혼에 성공(?)하였지만 이혼과정에서 의지했던 연인과의 관계가 모호한 이유로 깨지고 나서 심기일전하기 위하여 이탈리아를 비롯한 삼국 여행을 결정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1년여에 걸친 3국 여행 과정에서 심신을 추스르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녀가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한 이유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더 이상 이 남자의 아내가 되고 싶지 않은 그 많은 이유들은 너무도 사적이며, 너무도 슬프기에 여기서 공개하지 않겠다.(26)”라고 잘라 말하고, “대부부의 이유들은 내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 문제의 상당부분은 또한 그의 탓이기도 하다.”라는 대목을 읽다보면 내 탓을 남에게 전가하는 작가의 묘한 심리를 엿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읽기 초반에 발견한 오자(샌프란시스코 만의 알카트라즈 섬의 감옥을 알바트로스로 적었습니다)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게 만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삶의 근본이 흔들리던 여성이 스스로를 추슬러나가는 과정은 분명 다른 여성들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 작가처럼 로마에 가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인도의 뭄바이에서도 떨어진 시골 마을에 있는 명상훈련원 아쉬람에서의 정진을 통하여 흔들리던 마음을 추스른다거나, 우연히 만난 주술사와 함께 지내기 위하여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찾는 일을 따라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 만의 길을 찾기 위하여 지구를 한 바퀴 돌지 않아도 살고 있는 장소에서 혹은 그리 멀지 않은 군내에서도 적절한 장소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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