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달달한 연애소설이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적에 가슴 설레던 그런 추억을 소환하는 달달한 연애소설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주목받은 영화를 제작한 가와무라 겐키는 <4월이 되면 그녀는>에서 연애 감정이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제가 어렸을 적에 엄청 좋아했던 미국 가수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 <April Come She will>의 제목과 주제를 따왔습니다. 이야기는 4월에서 시작해서 3월에 마무리됩니다. 물론 1년 동안에 일어난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매달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조금씩 달라지고, 같은 달에서 몇 년을 건너뛰기도 합니다.


<April Come She will>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4월이 오면 그녀도 오겠지. / 봄비로 냇물이 불어나는 5월이 오면 그녀는 내 품에서 다시 한 번 휴식을 취하며 머물겠지. / 6월이 오면 그녀는 마음이 변해 밤새도록 거리를 헤매다가 7월이 오면 그녀는 어디론가 훌쩍 날아갈거야. 한마디 말도 없이. /8월이면 그녀는 잊혀지겠지. /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9월이면 나는 기억하리, 이젠 가버린 그날의 사랑을.”


이 책을 골라든 것은 표지 사진이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호수에 마주 선 남녀의 사진에 이끌렸던 것 같습니다. 우유니에서 만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9년 만에 누군가에게, 아마도 사랑했던 연인에게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4월의 이야기에서는 문학부 신입생 이요다 하루가 사진동아리에 들어 의학부 3학년 후지시로 슌과 조우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혼슈 북쪽 끝자락에 있는 아오모리 출신의 하루는 비 냄새나 거리의 열기, 슬픈 음악이나, 기쁜 듯한 목소리,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걸 찍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칩니다.


5월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9년이 흐른 뒤에 후지시로가 수의학과를 졸업한 사카모토 야요이와 3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기로 한 장면으로 건너뜁니다. 후지시로와 하루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6월에는 다시 후지시로와 하루가 연애를 시작할 무렵으로 돌아갑니다. ‘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는 비유가 나옵니다. “그것은 어느새 시작되어 있다. 감기 바이러스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몸속으로 침투해서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열이 나듯이.(55)” 사진동아리에서 만난 선배 오시마와 묘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후지시로를 사랑한다는 하루의 고백에 오시마 선배는 자신이 하루를 좋았다고 고백합니다.


6월은 복잡한가 봅니다. 사진동아리에서의 일화가 소개된 뒤에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야요이의 동생 준이 등장합니다. 정신과를 전공한 후지시로에게 상담으로 핑계로 접근하는 준에 대한 후지시로의 복잡한 감정이 그려집니다.


4월에 우유니에서 첫 번째 편지를 보냈던 하루는 7월에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10월에는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그리고 3월에는 일본의 어느 바닷가 병원에서 편지를 보내옵니다. 그 사이에 후지시로가 야요이와 사귀고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이 소개됩니다. 그런데 결혼 준비가 한창이던 2월에 야요이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3월에 밝혀집니다만, 하루의 편지를 읽고서였습니다. 야요이가 떠난 뒤에서야 그녀의 침대에서 편지를 발견합니다만, 하루는 불치의 병을 앓게 되면서 여행을 떠났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편지는 후지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내용입니다. 하루의 마지막 여행지는 인도의 최남단 바닷가 마을 카냐쿠마리였습니다. 후지시로와 함께 여행을 갔지만 이곳에서 꼭 맞아야 했던 일출을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3월의 마지막에 후지시로는 카냐쿠마리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야요이를 만나게 됩니다. 심드렁하던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누구에게는 좋은 결말이 된 셈입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라서인지 요즈음 젊은이들의 사랑방정식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사랑이란 특별한 감정으로 결합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