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없는 불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5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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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회에서 읽기로 한 <소망 없는 불행>을 미리 읽었습니다. 2019년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고전이라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작가 페터 한트케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로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 독후감에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려는 것인지 금세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라고 적은 것을 보면 이해되지 않은 대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는 시, 소설, 희곡, 연속극과 영화 대본, 수필 등 다양한 계열의 문학작품을 써냈습니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나 연극 <관객모독>은 이제 고전 축에 들 만한데도 아직 감상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소망 없는 불행>소망 없는 불행아이 이야기두 편의 글로 구성되었습니다. ‘소망 없는 불행1971년 어머니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죽는 일을 겪은 뒤에 쓴 산문입니다. 양친이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셔도 가슴이 먹먹할 일입니다. 게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남아있는 가족들의 심정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신지 벌써 20, 어머니 돌아가신 지도 몇 해되었습니다. 돌아가셨을 때는 추모하는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여전히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부곡, 사모곡이 될 터이니 아마도 생전에 속을 끓여드린 일을 사죄하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소망 없는 불행의 작가는 어머니의 일생을 회고하면서 척박한 사회환경 속에서 여성으로, 자아에 눈떠가는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건조하게 말입니다. 오스트리아 남부지방의 시골에서 5남매의 넷째로 태어난 작가의 어머니는 어렸을 적에 영리하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하지만 외증조부가 머슴으로 일하던 농가의 딸이 낳은 사생아가 외조부였으니 가정환경은 그리 유복하지 못했고, 사회적으로도 여자는 의무교육이 끝나면 가사를 돌보데 머물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저자의 어머니는 가출하여 호텔에서 일을 시작하는 등 자기계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유부남인 독일군 경리장교와 첫사랑에 빠져 저자를 낳았지만, 결혼은 독일군 하사와 했고, 베를린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전후에는 베를린을 탈출하여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시골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 위안을 삼았던가 봅니다. “모든 책이 자신의 삶을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고 독서를 하면서 생기를 얻었다. 독서를 함으로써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을 감싼 껍데기로부터 벗어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다.(57)”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점차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여자>가 되어갔다.(61)”고 합니다.


그랬던 그녀가 원인 모를 두통을 앓으면서 시들어갔습니다. 그녀가 변해가는 모습은 마치 조로기 치매 증상으로 보입니다. 감각을 잃어 아무 것도 기억을 못하고, 텔레비전을 시청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난 이제 인간도 아니다>라고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그녀가 51살이 되던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데, 치매 말기에 접어들면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일은 없는 편이니, 아무래도 초기 상태에서 스스로의 삶에 만족할 수 없어 결정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 이야기는 연극배우였던 첫째 부인과 결별하면서 여자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 겪을 일들을 적은 역시 산문입니다. 작가는 파리를 비롯하여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옮겨가며 살았습니다. 아이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면서 성장하기기 수월치 않았을 것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잠에서 깨어난 작가는 위층에서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아이에게 올라가서는 아이의 얼굴을 힘껏 때렸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아버지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작가가 아이의 성장과정에 관한 글을 <칸틸레네-사랑과 모든 열정적인 행복이 충만하길>이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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