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나라와의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하여 인도에서 생산된 아편을 중국에 공급하면서 야기된 사회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청나라 정부는 아편 수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 결과 아편전쟁(1840, 1856)이 일어났고, 이 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는 등 치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아편전쟁 이후 영국은 공공연하게 중국에 아편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우리가 고아였을 때>는 아편전쟁 이후의 상하이에서 살던 영국인 일가의 이야기를 뒤쫓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뱅크스는 상하이에 있는 영국 기업에서 일하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열 살이 되던 해 부모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면서 고아아닌 고아가 되어 영국의 부유한 친척에게 맡겨졌습니다.


이야기는 크리스토퍼가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한 탐정이 되어 사교계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 되면서 시작됩니다. 크리스토퍼는 실종된 부모를 찾아 어렸을 적에 겪었던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의 전후 사정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연히 마주쳤다고 생각한 세라 헤밍스는 사교계에서 주목받는 그를 연결고리로 하여 신분상승을 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꿈은 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하는데 기여한 세실 경과의 결혼을 통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다시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면서 세실 경은 전쟁을 막기 위한 막후작업을 위하여 상하이로 향합니다. 세라 헤밍스가 상하이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크리스토퍼 역시 오랫동안 꿈꾸었던 일을 실행하기 위하여 상하이로 향합니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상하이에서 지낼 때의 기억과 세라와의 인연, 그리고 크리스토퍼가 고아소녀 제니퍼를 후원하다가 입양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전개됩니다. 후반은 상하이에 도착한 크리스토퍼가 실종된 부모님의 행적을 찾아가는 작업이 전개됩니다. 크리스토퍼가 상하이를 다시 찾은 19379월은 7월 중일전쟁이 개전하고 두어 달이 지난 시점입니다. 전쟁을 막기 위하여 노력했던 세실 경도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면서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상하이에 도착한 크리스토퍼는 공식적으로는 중국공산당의 이중첩자인 노란 뱀의 정체를 밝히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부모님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한 영국대사관은 송환행사를 벌이겠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세라는 크리스토퍼에서 마카오로 가서 함께 살자는 제의를 받은 듯합니다. 세라와 함께 마카오로 출발하기 직전에 부모님이 억류된 장소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크리스토퍼는 부모를 구하기 위하여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장소는 상하이의 외국인 구역을 벗어난 장소로 중국군과 일본군이 대치하고 있는 전쟁터였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 전선을 넘나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중국군 장교의 안내로 목적지로 향하던 크리스토퍼는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으로 넘어가면서는 혼자 찾아가야 했고, 그 와중에 어렸을 적 이웃집에 살던 일본인 친구 아키라를 만나기도 합니다. 결국은 부모님이 잡혀있다는 집에 도착했지만, 그곳에 부모님은 없었습니다. 일본군에 붙잡힌 크리스토퍼는 영국대사관에 인도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대사관 직원인 그레이슨 씨는 크리스토퍼에게 노란 뱀을 만나게 해줍니다. 노란 뱀은 놀랍게도 어릴 적 크리스토퍼의 집에서 함께 살던 필립 씨였습니다.


화목하게 지냈다는 크리스토퍼의 기억은 정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중국에 아편을 공급하는 회사에서 근무했고, 어머니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중국에 아편을 공급하는 영국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측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관계는 간단하지만은 않았고, 아버지가 먼저 집을 떠난 뒤에 사태를 수습하려는 어머니의 희생으로 크리스토퍼가 영국으로 보내졌던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어머니는 크리스토퍼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세상사는 진실을 모르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본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