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대런 심킨.대니얼 심킨 지음, 공경희 옮김 / 황소자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다보니 누군가 내 시간을 훔쳐가는 것은 아닌지,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 방법은 없을까 하는 허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미카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 시간을 훔쳐가는 도둑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대런과 대니얼 심킨의 <여행자>를 고른 것은 여행에 관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형제라고 합니다. “Life is a journey”라는 부제에 관심을 두었더라면 기대가 더 커졌을 것 같습니다.


흔히 삶은 긴 여행이라고 말합니다. 여행을 떠날 때는 필요한 것들을 챙겨 가방을 꾸리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삶이라고 하는 긴 여행을 떠날 때는 가방에 무엇을 넣어야 할까요? 제 경우는 여행가방을 챙길 때 책을 빠트리지 않습니다만, 살아가면서도 책을 가까이 하는 편입니다.


대런 심킨은 보스턴에서 식사를 하던 대런 심킨은 “우리가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여기까지예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관했다가 좀 더 소중한 데 쓸 수 있을까? 그래서 여행 가방에 시간을 담아 보관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보스턴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차를 몰고 달려가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워싱턴에 살고 있던 형을 불러 그림을 그려 넣어 <여행자>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찰리라는 소년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친구도 많고 여자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찰리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를 도와 집안일을 해야 했고, 친구들은 짓궂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시간을 가방에 담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쏟을 만한 완벽한 것을 찾을 때까지 말입니다. 아름다운 숲과 바람 부는 사막, 반짝이는 바다 등을 지나쳤습니다.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직업과 많은 책, 영화와 악기, 운동을 지나쳤고 다양한 외국어와 세상 진기한 일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거야!’싶은 완벽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다보니 늙고 지치게 되었고, 외로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화할 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집에 돌아왔습니다. 부모님을 돌아가셨고, 예쁜 여자 친구는 노인이 되었습니다. 찰리는 이제 가방에 담았던 시간들을 쓸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들을 집에서 친구들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여자 친구와 함께..... 하지만 찰리가 가방을 열었을 때는 그저 부스러기 시간만 떨어질 뿐이었습니다.


다만 찰리가 여행할 때 무거웠던 가방이 점점 가벼워지더라는 이야기가 빠진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찰리의 시간이 든 가방은 늘 무거웠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시간은 결코 가방에 담아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지금의 삶에 충실한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완벽한 삶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비교적 짧은 동화인 탓에 우리말 번역을 앞에 그리고 영어 원문은 뒤에 두었습니다. 원문과 우리말을 좌우에 나누어 놓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삽입되어 있는 그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가 봅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을 옮겨봅니다. “찰리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찰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Once there was a boy named Charlie. His mom and dad loved him very much)” 원문에서는 부모를 의미하는 parents가 아니라 mom and dad로 쓴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적당한 우리말을 찾기 어려웠던 가 봅니다. “그런데 찰리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삶이 완벽하지 않은 것 같았거든요(But Charlie wasn’t quite happy, because his life didn’t seem perfect.)”라는 대목이나 “세상에 그 무엇보다도 대화할 이가 필요했지요(More than anything in the world, he needed someone to talk to.)”라는 대목도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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