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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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제가 오랫동안 쥐고 있는 화두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기억을 어떻게 이야기 거리로 삼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쓰려면 아무래도 줄거리 혹은 작가가 깔아둔 장치에 대하여 언급할 수밖에 없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소설을 읽기 전에는 다른 분의 독후감을 피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 책은 기억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제목은 <판도라의 상자(LA BOITE DE PANDORE)>입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더 이야기와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르네 톨레다노선생은 과학을 가르키는 동료여교사 엘로디와 함께 유람선 판도라의 상자에서 열린 최면서 오팔의 공연을 보러갔다가 오팔의 최면술의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됩니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13)” (출판사에서는 최면술사의 상투적인 꼬임말에서 이 책의 제목을 가져온 것은 아닐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전생을 만나는 최면이기 때문에 잊힌 기억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지금도 재방송이 나오면 열심히 보는 연속극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 나오는 저승사자는 사자를 저승에 보낼 때 차를 내놓습니다. 이승의 기억을 모두 지워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팔은 르네에게 최면을 걸어 기억의 심연에 잠겨있다는 전생들을 만나도록 해줍니다. 르네는 112번째 생을 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만난 전생의 비참한 최후에 놀라 공연장을 뛰쳐나온 르네는 살인을 저지르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오팔을 다시 찾아가 자신의 전생을 뒤져보기로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르네는 첫 번째 전생, 12천 년 전에 아틀란티스에서 살았던 게브를 만나게 됩니다. 대서양에 있는 아틀란티스 섬에 살고 있는 게브는 인간보다 열일곱 배나 큰 거인이었습니다. 전해지기는 아틀란티스는 대서양에 있던 대륙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섬으로 이야기됩니다. 물론 화산의 폭발로 섬이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것은 전해지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사라진 전설의 아틀란티스 문명이 실재했다고 생각한 르네는 전멸 위기에 있는 아틀란티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한편 그들이 실재했다는 증거를 남기도록 하고, 그것을 발견해내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르네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됐고, 르네의 망상을 걱정한 엘로디는 르네를 정신병원이 입원시켜 살인사건의 용의점을 해명하려는 기획을 했지만 오히려 정신병원에서 전기충격치료를 받게 됩니다. 치료결과 기억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르네는 전생의 도움을 얻어 정신병원을 탈출하고, 오팔을 만나 함께 이집트로 도망칩니다. 아틀란티스의 게브를 이집트로 이주시켜 그곳에서 만나려는 의도입니다.

이집트에 도착한 르네는 게브가 남긴 아틀란티스의 유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증거물을 세상에 알려 고고학계의 공인을 받는 과정은 수월치 않았습니다. 결국 엘로디의 도움을 청하게 되고, 엘로디는 대학시절 친구인 고티에와 함께 르네가 발견한 아틀란티스의 유물을 생방송으로 세상에 알리기로 합니다.


하지만 생방송 중계진이 현장에서 발견한 것은 어지럽게 찍한 발자국 말고는 파피루스 기록도 아틀란티스 거인의 유해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집트 경찰이 몰려와 일행은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점은 현장이 누군가에 의하여 파손되었다면 게브와 다시 연결하여 유물을 남기는 장소를 변경하는 등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도 설명되지 않았구요.


작가는 세상에 알려진 전설과 신화를 꿰어 맞췄지만 조금은 거친 느낌이 남았습니다. 최면을 통하여 전생을 만나고, 그들의 능력을 빌어서 현생에서 써먹는 것도 너무 소설적이라서 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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