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탐사보도를 해온 일본의 언론인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다양한 글 가운데 여행에 얽힌 글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기행문이라기보다는 여행을 하면서 가졌던 다양한 생각을 기록한 글들이기에 사색 기행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고 합니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중국 북경에 가서 뭔가를 도모한 아버지 덕분에 한 살 때부터 여행을 그것도 해외여행을 떠났다니 작가도 대단한 역마살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작가는 어느 정도 큰 나라의 대부분은 가보았다고 하는데, 여행한 거리가 지구를  바퀴 돌 정도라고 하니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젊어서는 배우기 위한 목적의 여행이었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취재여행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세계 인식은 여행에서 시작된다’라는 제목의 서론에서는 자신의 여행에 얽힌 사연들을 개괄하였습니다. 특히 40년생인 작가가 대학에 다닐 무렵에는 일본 역시 허가를 받아야 해외여행을 할 수 있었는데, 반핵운동을 기획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반핵운동가들과 연대를 꾀하는 진취적인 면모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대양주를 제외한 5개 대륙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1부 무인도의 사색, 2부 ‘가르강튀아 풍’의 폭음폭식여행, 3부 기독교 예술 여행, 4부 유럽으로 반핵 무전여행을 떠나다, 5부 팔레스타인 보고, 6부 뉴욕연구 등으로 구분된 모두 14꼭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특히 2부에서는 포도주와 치즈의 본고장 유럽을 여행하면서 포도주와 치즈에 관한 고급 정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포도주를 공부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글입니다.

 

3부는 기독교와 관련된 글인데 그리스의 아토스반도와 남아메리카의 이구아수폭포를 찾았을 때 가졌던 기독교에 대한 생각들을 적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짧은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4부는 대학에 다닐 적에 유럽 여러 나라를 두루 돌면서 핵의 위험을 알린 것은 일본이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맞아 피해를 입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피폭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 해서 유럽사람들에게 반핵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성과를 올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작가 개인의 삶에서 커다란 변곡점이 되는 여행이었을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는 생각보다 뉴욕이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1987년의 뉴육에서 에이즈에 관한 이야기를 별도의 장으로 구성했는데, 에이즈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잘 기록하였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이 확인된지 얼마되지 않은 때이고,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개발되기 전으로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충분히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글을 읽고서 크게 느낀 점은 첫째 편견을 가지고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의 초청으로 이스라엘을 여행했으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취재하여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정한 주제에 관한 자료를 심도 깊게 조사하여 글로 옮겼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글로 남기기 않은 여행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어느 여행이나 마음잡고 쓰려고 들면 글로 쏟아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매듭짓지 못할 것이 분명하므로 애초에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다녀온 여행은 모두 글로 정리한다는 저의 기본 원칙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62쪽)”라는 대목에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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