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애주가의 고백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이덕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은 저도 평생 마셔온 술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표지에 적힌 비교적 긴 소개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콕 찔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술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과 에피소드가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버린 것 같던 때, 나는 얼마나 많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거나 변경했던가. 숙취로 하루를 시작한 날은 얼마나 잦았던가. 부모님, 형제자매 혹은 친구의 생일을 잊은 날은 얼마나 많았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욕하고, 은행에서 자주 돈을 빌렸으며, 도움을 받아야 했던가. 아침에 생판 낯선 이와 함께 깨어나는 일은 몇 번이었던가!”


그렇습니다. 이 책은 술을 너무 사랑했던 분이 술로 인하여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또 사랑하는 술과 작별해야만 하는 이유를 적시하였습니다. 너무나도 솔직하게 적고 있어서, 제가 술에 관한 책을 쓴다면 이 책의 저자처럼 감추는 것 하나 없이 홀랑 드러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만큼 술을 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알코올 중독까지는 몰라도 알코올 의존증의 단계에 이를 정도로 술을 탐닉했던 적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심각한 사건이나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처럼 단호하게 술을 끊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그럭저럭 술을 마시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술은 너무나 지독해서 순간 금주를 결정했다고 바로 금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겹도록 긴 내면의 반감들이 모이고 쌓여 금주를 하게 만들면 모를까(18)”라고 했습니다.


앞서 제가 알코올 중독까지는 아니고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적이 있다고 적었습니다만, 저자는 이마저도 콕 짚어서 눈치를 주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알코올의존증이 갖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의존증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중독증을 구별하려 애쓴다.(56)”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는 술에 대해 농담을 하거나 술에 얽힌 환상적인 일화를 낭만적으로 포장해 내 개인적인 알코올 문제를 웃기는 영웅담으로 미화시켜 왔다.’라고 했습니다.


술에 만취하여 큰 사고를 친 뒤에는 술을 줄여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통제가 되는 듯했습니다만, 어느 순간 다시 사고를 친 적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 대하여도 술을 줄이는 식으로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려던 사람 중에 10년이 지나서까지 성공한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들 모두는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 실패한 걸로 밝혀졌다.(84)”라고 했습니다.


술을 마셔본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때였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들어간 다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 슬하를 떠나 객지에서 살고 있을 때였으니 비교적 자유로웠던 탓에 술을 조심스럽게 마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어려서부터 마셔본 가락으로 술이 센 편이라는 착각 속에서 술을 거절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술을 청하기까지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숙취 때문에 고통스러워야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면 술자리를 빌면 수월하다는 또 다른 착각 속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어울리다보니 점차 술도 늘고 사건 사고도 많아졌던 것 같습니다. 숙취 속에서 깨어났을 때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는 순간들이 이어졌지만, 해가 설핏 저물면 또 누군가 함께 마실 사람을 찾곤 했던 것입니다.


<어느 애주가의 고백>이라는 반어적인 제목을 달았습니다만, 이는 술에 속아서 삶을 낭비한 술꾼의 고백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저자처럼 홀랑 까뒤집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술에 관한 저의 실패를 고백하는 글을 써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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