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라인
브루스 채트윈 지음, 김희진 옮김 / 현암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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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는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입니다. 우한폐렴이 아니었더라면 금년 가을쯤에는 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떻든 조만간 가볼 생각으로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특히 노마드의 시작, 방랑자들의 성소라는 오스트레일리아를 노마드의 기원이며, 유목하는 인간에 대한 성찰과 탐수가 이끈ㄴ 철학적으로 여행했다는 문구에 이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57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인데다가 이야기의 맥락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들어서면 분명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를 여행하면서 세계의 다른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어서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옮긴이의 설명을 읽으면서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앞부분은 작가가 러시아계인 아카디의 도움을 받아 내륙의 오지들을 돌아보면서 오스트렐리아의 원주민 애버리지니들을 만나, 그들이 노래를 통하여 땅을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일종의 노래지도라고 할 송라인(Song line)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토지를 갖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자기 사유재산으로서 조상의 노래 한 자락과 그 노래가 지나가는 땅을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노래 구절은 토지에 대한 권리증서라고 합니다. 그것은 남에게 빌려줄 수도 있었고, 빌릴 수도 있었습니다. 다만 팔거나 없앨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애버리지니들에게 영토란 선들혹은 이어진 길들이 서로 엮인 그물망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백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한 것은 애버리지니들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랜 세월 살아온 송라인을 잠식해 들어온 백인들에게 밀려 지금은 오지로 밀려났습니다. 저자가 만나는 애버리지니들의 생활을 보면 이해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그들의 고유한 삶을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오스트레일리아는 1901년 시작하여 1978년 노동력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여 철회할 때까지 백인들의 이민만을 인정한 백호주의를 지켜왔습니다.


전반부에 작가가 애버리지니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는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작가가 사람들과의 만남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소상하게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진정한 애버리지니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하는 일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대체적으로 애버리지니들의 삶과 철학에 대하여는 주로 러시아계인 아카디로부터 들어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영국 출신인 작가는 20대 무렵까지 유명한 미술품 경매회사에서 근대회화부문의 전문가로 일하면서 잘나갔다고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었다가 회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단에서 유목생활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후에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유목생활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모았다는 것입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작가가 그동안 모아온 유목생활과 관련된 자료들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성서, 신화, , 철학, 고고학, 동물행동학 등 다방면의 자료들입니다. 그동안의 성찰을 통하여 작가는 인간이 떠도는/이주하는 삶의 본능을 타고난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오스트레일리아에 와서 애버리지니들의 송라인에 대하여 알게 되면서 유목생활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바로 이곳에서의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를 오가면서 겪는 일과 작가의 모아둔 자료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어서 읽는 호흡이 참 부담스러웠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끝을 분명하게 매조지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즉 다음 쪽에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다는 것입니다. 마치 미완의 소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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