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
유제프 차프스키 지음, 류재화 옮김 / 밤의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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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처음 읽었습니다. 국일미디어판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은 아내가 결혼할 때 가져온 것입니다. 11권이나 되는 무게감에 눌려 읽기 시작하는 것조차 망설여졌던 것 같습니다. 무려 28년 동안 쌓여온 먼지를 털어가면서 완독하기까지 무려 6개월이 걸렸습니다. 모두 11편의 독후감을 적었습니다만, 그저 읽어낸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2012년 민음사에서 새롭게 번역해서 내놓기 시작할 때부터 다시 읽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10권째가 나왔고, 이제는 마지막 되찾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음사판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음사판을 읽어갈 때는 국일미디어판을 처음 읽을 때와는 달리 손에 잡히는 무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소개된 책들이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글들을 모아 읽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마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궁금해졌기 때문인 듯합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도 그런 배경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은 저자가 소련의 포로수용소에 갇혀있을 때 했던 강의록을 책으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폴란드의 화가이자 작가인 유제프 차프스키는 19399월 독일군이 침공하자 폴란드군 장교로 동원되었다가 소련군에 포로로 잡혔습니다. 스타로벨스크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폴란드 장교들은 지적 노동이라도 해야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전시에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군인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육체적으로도 쇠약해지다가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자가 수용되어있던 스타로벨스크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던 4천명의 수감자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79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폴란드 장교들 가운데 일부가 군사학 역사, 문학 등을 강의하는 모임을 꾸렸던 것인데, 수용소 당국이 이런 움직임을 파악하고는 기획한 사람들을 어디론가 보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은 은밀하게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듬해 봄에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던 대부분의 인원은 북쪽으로 이동하였고, 400여명만이 인근의 그랴보베츠 수용소에 남았다고 합니다.


이들의 지적노동은 그랴조베츠 수용소에서도 이어졌는데, 당국의 감시 아래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강의록을 사전에 제출하여 감수받아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프랑스와 폴란드의 회화 그리고 프랑스의 문학을 맡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폴란드군에 동원되기 전에 읽었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1924년 파리에서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922년 프루스트가 사망한 다음에 파리에 도착해서 그의 작품들을 읽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단순하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머물지 않고, 이 작품이 발표될 당시의 프랑스 사회적 분위는 물론 문학, 철학, 예술 사조까지 상당히 깊숙하게 다루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프루스트의 삶은 물론 가족들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도 다루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작가의 삶을 되짚어 본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긴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소설의 구성상 빼놓은 이야기도, 추가한 이야기도 있을 것입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과 작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바가 도출해냅니다. ‘독자로 하여금 자기 안에 있는 모든 사유와 감정능력을 일깨우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의 작가가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는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듣는 이들에게 전하려는 뜻이 바로 이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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