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본 살인사건 스코틀랜드 책방
페이지 셸턴 지음, 이수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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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이야기, 게다가 스코틀랜드가 무대라는 이유로 고른 책입니다. ‘뜯어진 책등정도의 의미가 담긴 <The cracked spine>보다는 <희귀본 살인사건>이라는 우리말 제목이 이야기 줄거리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심지어는 직종을 바꾸는 일도 수월하게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미국에서 생전 가보지 못한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새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과연 쉬울까 싶습니다. 제목을 보면 셜록 홈즈나 포아르 탐정이 등장해서 범인을 추적하는 그런 줄거리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희귀본 살인사건>은 탐정 근처에도 못 가본 젊은 여성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그런 이야기라서 약간 무모하다싶기도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딜레이니는 미국 캔자스 주 시골농장 출신입니다. 캔자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했는데, 졸업 후에는 전공을 살려 위치타의 박물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재정문제로 감원해야 하는 박물관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누리망을 뒤지다가 에든버리에 있는 ‘The cracked spine’이라는 서점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을 취했다가 갑자기 취직이 결정되어 근무를 시작합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책방 주인의 여동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것도 셰익스피어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셰익스피어 초판 2절본의 행방과도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강력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역할이 너무 드러나지 않아서 강력사건을 다룬 다른 소설들과는 맥이 다른 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책벌레 딜레이니가 박물관에 근무하면서 몸에 밴 특별한 능력치가 사건 해결에 기여한다는 설정은 그리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보다는 딜레이니가 근무하게 된 ‘The cracked spine’이라는 서점을 중심으로 에든버러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점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년 전에 여행을 할 때는 늦게 도착해서 야간관광을 하고, 다음날 버스를 타고 로열마일을 거쳐 에든버러 성을 구경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니 에든버러의 속살을 제대로 엿볼 틈도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희귀본 살인사건>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책읽기였던 것입니다.


우선 로열마일을 따라 나 있는 에든버러의 구시가가 도시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구시가 아래는 지하에 골과 굴들이 미로처럼 엉켜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골은 일종의 골목인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아주 좁은 골목을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옮긴이가 우리말을 아주 적절하게 끌어다가 에든버러의 분위기를 잘 맞춘 것 같습니다. 지도를 찾아보니 ‘The cracked spine’이 있는 grassmarket은 로열마일의 바로 남쪽에 있는 거리였습니다. 에든버러는 책들의 수도 같은 곳이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시내에만 서점이 50군데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The cracked spine’이란 서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딜레이니를 고용한 ‘The cracked spine’의 주인 애드윈 매컬리스터는 에든버러의 유서깊은 가문의 일원이고 다양한 유물을 거래하는 모임, ‘살코기 시장 묶음의 일원입니다. 일종의 희귀한 물건을 거래하는 비밀결사와 같은 모임 같습니다. 살인사건의 원인이 된 셰익스피어 2절 초판본은 셰익스피어의 첫 작품집으로 1600년대 초반에 발간된 것으로 약 200부가 남아있는데, 대부분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희귀본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2절 초판본은 세상에 나오는 과정도 음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령이 많다는 스코틀랜드라서 가능한 일일까요? 어떻든 스코틀랜드와 에든버러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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