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뜨개 - 첫 코부터 마지막 코까지 통째로 이야기가 되는 일 아무튼 시리즈 37
서라미 지음 / 제철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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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수필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은둔형이라는 별도의 분류방식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번역가인 서라미님이 뜨개에 빠진 사연을 정리한 책입니다. 독후감을 쓰면서 보니, 이 책은 뭔가에 빠진 분들의 사연과 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을 다루는 아무튼이라는 기획이 서른일곱번째 책이고, 지난 12월까지 서른아홉번째 책이 나왔다고 합니다. 예스24에서 확인한 주제를 최근 순으로 나열해보면, 인기가요, 후드티, 뜨개, 목욕탕, 반려병, 연필, 달리기, 언니, 여름, 산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제도 다양한 것을 보면 저자의 제안으로 책이 나온 것인지, 아니면 기획한 쪽에서 집필을 의뢰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나라면 무슨 이야기를 글로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들이 모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제철소, 위고, 코난북스, 더블엔 등 4개나 되는 것을 보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20177월에 <아무튼, 피트니스>가 처음 출간되고도 4년째 들어 서른아흡번째 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저력이 있는 기획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저도 독특한 화두를 붙들어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무튼, 뜨개>번역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떠다니다 우연히 뜨개의 세계로 흘러들어왔다는 번역가 서라미님의 뜨개 예찬입니다. 모두 열여섯 꼭지의 글 가운데 뜨개에 빠지기 전에 하던 번역과 뜨개를 연결하는 글, ‘뜨개를 안해보셨군요뜨개는 실로 하는 번역이다를 제외한 나머지는 오롯이 뜨개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뜨개에 대한 저의 무지를 일깨우는 책읽기였습니다.


뜨개예찬에 지나치게 몰입하신 것 아닐까 싶은 대목도 없지 않았습니다. 번역을 하셨다면 당연히 책을 뜨개보다 앞에 두셨을 것 같습니다만, ‘뜨개를 안해보셨군요라고 하신 것을 보면 뜨개에 방점을 찍은 듯합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단 한 권의 책이라는 문구를 인용해서 뜨개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이야기한 대목입니다. 이 문구를 어디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없다고 하셨지만, 누리망 검색을 해보면 금세 답이 나올 일입니다. 잭 캔필드와 게이 헨드릭스의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습니다. 그리고 <뜨개질 클럽>이라는 소설을 발표하여 선풍적 인기를 끈 앤 후드의 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도 있습니다.


저의 본업은 주로 앉아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은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엉치가 배겨 오래 앉아있기도 어려웠는데, 작가님이 소개하신 무중력 의자라는 것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좋은 정보는 역시 책에서 나온다니까요. 이 책의 출간기획서를 준비하셨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작가께서 출판사에 기획서를 보내 채택이 된 다음에 편집자와 의논을 통하여 기획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저도 한번 뭔가를 준비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뜨개를 번역과 비교한 것은 좋았습니다만, 우주로까지 확장한 것은 조금 지나치다 싶었습니다. 자기중심적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뜨개질이란 용어를 사용한 기사를 읽은 작가님의 반응을 보고 뜨아했습니다. 평양에 있다는 평양 수예연구소를 뜨개질 연구소라고 하면서 공예 미술 창작 기관으로ㅡ주로 자수와 뜨개질 기술을 연마하는 곳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뜨개질 연구소라고 한 것은 뜨개를 폄하하는 정서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라는 접미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나무위키를 보더라도 같은 맥락의 설명이 나옵니다.


하지만 뜨개와 뜨개질을 찾아보면 해석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역시 나무위키를 보면 뜨개질이란 실과 바늘, 가위 등을 이용해 편물을 결여서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뜨개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손으로 뜨는 일뜨개질 하여 만든 물건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영어의 ‘knit’에는 뜨다’, ‘뜨개질을 하다라는 의미의 동사와 편물이라는 명사로 사용례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편물을 뜨는 일을 뜨개질이라고 하니, 뜨개질에는 뜨개를 폄훼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뜨개질은 뜨는 행위를 뜨개는 그렇게 만든 편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해도 무난할 듯합니다.


끝으로 작가님이 번역을 하시는 분이라 해서 덧붙이는 말입니다만, 저는 요즈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외래어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미 우리 생활에 자리 잡은 외래어까지도 좋은 우리말로 나타내는 노력을 글 쓰는 이라면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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