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섬 - 장 지글러가 말하는 유럽의 난민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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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https://blog.naver.com/neuro412/222045590302>로 만났던 스위스 사회학자이자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인 장 지글러 교수의 신간 <인간 섬>을 읽었습니다. 중동,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하기 위하여 목숨을 건 난민들을 유럽사회가 어떻게 대하는가를 고발하는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연전에 스페인-모로코-포르투갈을 여행할 때 역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목숨 건 이주행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https://blog.naver.com/neuro412/221396359004). 그리고 이듬해에는 터키를 여행할 때, 이즈미르에서 묵은 적이 있습니다. 차창 밖으로 지나는 초라한 몰골을 한 사람들이 바로 시리아 등지에서 몰려온 난민들이라고 했습니다(https://blog.naver.com/neuro412/221409725465. 그 무렵 이즈미르 해안가에서 발견된 소년의 주검은 유럽사회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에 난민을 할당하는 조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있은 뒤인 20154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그리스와 협약을 맺고 에게해에 흩어져 있는 섬들 가운데 터키 연안에 있는 5개의 섬(레스보스, 코스, 레로스, 사모스, 키오스)를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분쟁지역(hot spot)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공식명칭은 ‘1차 접수 시설입니다.


이야기는 그리스에 속하는 섬, 레스보스에서 시작합니다. 그리스의 섬이라고는 하지만, 그리스 본토에서는 멀리 떨어져, 터키의 코앞에 있는 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즈미르에서 멀지 않은 섬입니다. 터키는 아직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그리스는 유럽연합에 속한 나라이기 때문에 일단 그리스에 들어가면 다른 유럽연합국가로 이주할 수가 있습니다. 중동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는 가장 짧은 경로이기 때문에 난민들이 도전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북쪽에서는 주로 지중해를 건너는 경로를 찾는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이면 그리스의 무장경찰들이 해안을 순찰하고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있는 난민들을 색출하여 모리스에 있는 수용소로 데려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용소는 험한 바다를 건너온 이들이 몸을 쉴만한 장소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터키와 레스보스 섬 사이의 바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프론텍스 소속의 함정이 순회하고 있습니다. 이들 함정은 터키에서 레스보스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탄 보트를 안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트가 레스보스로 향하지 못하게 밀어내는 (pushback) 작전을 펼치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보트가 전복되어 배에 탄 이주민들이 익사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구조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동아일보의 이샘물 기자가 쓴 <이주행렬; https://blog.naver.com/neuro412/221941923175>에서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실상을 조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주민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세상에 태어나 사는 장소에서 한발 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모두 이주민이 되는 셈입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이주민이었던 적이 있더라구요.


저자는 유엔이 정한 난민보호와 관련한 협약을 소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의 유입을 차단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난민들이 이주를 희망하는 나라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주에 들어온 예멘의 난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누군들 고향을 등지고 싶겠습니까? 생명이 위협받는 끔찍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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