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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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작품을 내고는 후속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라스트 레터>는 등단 작품을 내놓고 오랜 침묵 끝에 후속 작품을 내놓게 된 작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등단 작품과 후속 작품 모두 작가 개인의 삶, 특히 연애사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것도 헤어진 연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등단 작품은 청춘시절 사랑을 하고 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변변한 작품도 써내지 못하는 인생입니다.


헤어진 연인의 뒷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오랜만에 열린 동창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참석한 동창회에는 그녀의 여동생이 나왔습니다. 그녀의 여동생은 그녀를 쏙 빼닮아서 모든 동창들이 그녀가 온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아니고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여동생은 끝까지 언니 행세를 했는데,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것이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사실 여동생은 학창시절부터 선배인 그를 좋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동생의 고백을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고향을 떠나 큰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두 사람은 사랑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가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결혼까지도.... 그랬던 그녀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녀의 여동생은 동창회에 언니의 죽음을 알리러 나왔던 것입니다. 어쩌면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언니 행세를 하는 여동생에게 언니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여전히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냈던 것을 남편이 보게 되었고, 여동생 부부 사이에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휴대전화를 망가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하게 되었던 것이고, 그는 언니의 고향집으로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그 편지는 언니의 딸과 여동생의 딸이 같이 개봉하여 보게 됩니다. 세상을 하직한 어머니에게 온 편지라 하더라도 어른들에게 알리지 않고 개봉하는 것은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결국 여동생과 재회하게 된 그는 나중에서야 언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그리고 언니의 삶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태양은 가득히>를 인용합니다. 주인공 톰 리플 리가 부자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살해하고 그의 행세를 하면서 우아한 생활을 만끽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우리에게는 르네 클레망 감독이 1960년에 영화화한 <태양은 가득히>에서 세기의 미남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톰을 연기했다는 것, 그리고 영화음악입니다.


그는 죽은 전 연인에 관한 뒷이야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연인을 빼앗아간 남자가 음습한 욕망을 품은 형편없는 인간이었다는 사실과 연인의 결혼생활이 불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그 남자는 톰이었고, 그는 디키였던 것입니다. 다만 그 남자의 목표는 톰과는 달리 그가 아니라 그의 연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형편없는 글 솜씨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리라 착각한 것 아니냐는 아픈 약점을 지적합니다.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난 연인에게 바치는 마지막 편지처럼 뒷이야기를 쓰기로 한 것 같습니다. 그 뒷이야기가 바로 <라스트 레터>인 셈입니다. 마지막 편지의 끝은 중학교 졸업식에서 그와 함께 쓰고 그녀가 읽은 졸업생 답사였습니다. 중학생의 글 솜씨다운 내용이라는 생각입니다. 장래의 꿈을 적시하지 않고 물음으로 남겨놓은 점이 남다르다고 할까요?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므로 미리 정해서 거기에 매일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이 답사를 두 아이에게 유언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헤어진 연인이 연결해준 인연으로 두 번째 작품을 내놓게 되었다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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