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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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린 끝에 모인 회사 내 독서회가 드디어 1년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열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하계휴가 기간을 건너뛰고 매달 한권씩 읽고 느낌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신예 이미예 작가님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입니다. 독서회가 아니었으면 아마도 읽을 기회가 없었을 그런 작품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치유 환상소설이라고 정의한 이 소설의 성격은 꿈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작가께서는 잠과 꿈에 관심이 많지만, 여전히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어제와 오늘 사이의 그 신비로운 틈새를,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채워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리고 점점 상상이 현실과 사랑스럽게 밀착하는 것을 느끼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7)’고 합니다.


이야기는 잠이 들어야만 입장이 가능한 세계입니다. 그 세계에는 잠든 이들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장소들로 이루어졌는데, 특히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이 백미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꿈속 세계에서 젊은이 들이 선망하는 일터,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입사하게 된 페니가 꿈을 사고파는 사업을 파악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사실 잠이 들어도 꿈을 꾸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대부분 사람들은 잠을 자는 동안 꿈을 꾼다고 합니다. 다만 꿈의 내용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는 경우에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꿈의 그런 특성을 잘 살려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어낸 작가의 이야기 구성능력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 따르면 꿈은 시간이 신이 자신의 해오던 일을 세 명의 제자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시간을 다스리는 신이 있다고 하는 대목에서 미카엘 엔데의 <모모>가 생각났습니다. 시간이라는 무형의 존재는 지나간 시간(과거), 지금의 시간(현재), 그리고 다가올 시간(미래)로 나누기는 합니다만, 그 경계는 모호합니다. 현재인가 싶었는데, 바로 과거가 되고, 미래인가 싶었는데 금세 현재가 되는 것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신은 세 명의 제자에게 각각 원하는 바에 따라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의 시간을 다스리는 일을 맡기게 됩니다. 그런데 가장 사랑하는 제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현재의 시간을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자는 현재의 시간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도록 요청했고, 다만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만큼은 자신이 다스리도록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말입니다.


시간의 신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의 그림자가 대신 깨어 있도록 해주도록 합니다. 그 이유는?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과거에 매달려 있는)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꿈을 좇는)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23)”이라고 합니다.


독자들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신입직원 페니와 함께 꿈을 제작하고 파는 과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물론 꿈이 무형의 것이기는 하지만, 사고파는 것이므로 구매한 꿈에 대한 대금을 어떻게 정산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꿈이라는 환상의 세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인 만큼 사기꾼도 나옵니다만, 강력범죄 만큼은 등장시키기가 조심스러웠나 봅니다. 하지만 그런 사건을 당한 피해자가 어떻게 정신적 충격을 이겨나갈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상상 속의 세계이지만, 백화점의 이름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외국어 일색인 점도 아쉽네요. 게다가 그 이름에는 무슨 사연이 담겨있다는 정도는 귀띔을 해주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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