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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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붙들고 있는 화두 가운데는 기억도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쏟고 있는 치매의 주요 증상이 기억력감퇴인 까닭일 것입니다.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연구한 공로로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캔델의 <기억을 찾아서; http://blog.yes24.com/document/2256546>를 읽고 나서도 기억에 대한 의문을 속 시원하게 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모든 정보를 기억에 저장하고, 그렇게 저장한 기억을 필요할 때 끄집어내는 회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기억을 찾아서>를 쓴 에릭 캔델의 최근작 <마음의 오류들>을 읽게 된 것은 아마도 전작의 기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기억을 찾아서>가 정보를 저장하는 기전에 관한 책이었다면, <마음의 오류들>은 뇌가 마음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지는 이유를 비롯하여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 병,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과 같이 사람들의 정신이 황폐해지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뇌의 정상적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기전을 연구하는 것은 장애로 인하여 생기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인문주의의 지경으로 발전해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저자는 먼저 신경과학이 발전해온 역사적 과정을 요약합니다. 인체해부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1800년 무렵에는 부검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당시만 해도 현미경이 없던 시절이라서 눈으로만 검사가 가능했습니다.) 변화, 즉 정상과 다른 병적 소견이 뇌에서 발견된 경우에만 의학적 장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감정의 장애나 약물중독과 같은 장애는 육안적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도덕적 결합으로 치부되었다는 것입니다.


정신의학을 최초로 성립된 것은 1790년 프랑스의 의사 필리프 피넬에 의해서입니다. 신경과학의 배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19세기들어오면서 도덕적 결함으로 여겼던 감정 장애나 중독까지도 정신의학의 범주에 포함되었다가, 뇌의 형태적 변화의 유무에 따라서 정신의학과 신경과학이 나뉘었습니다. 뇌의 미세구조에 대한 이해가 분자수준에 이르게 된 현대에 들어서는 정신의학과 신경과학의 경계가 다시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2장부터는 자폐증,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조현병, 치매, 뇌질환과 예술과의 연관, 파킨슨병과 헌팅턴병, 불안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중독, 젠더 정체성에 이르기까지의 질환에서는 뇌에 어떤 형태적, 기능적 변화가 생기는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직 근처에가 가보지 못하고 있는 의식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모든 주제가 관심을 끌만합니다만, 아무래도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치매편을 더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노화성 기억감퇴와 치매환자가 보이는 기억력상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요즈음 노화성 기억감퇴를 치매의 조기증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노와성 기억감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보이는 기억력 장애는 뚜렷하게 구별이 되는 장애라고 하였습니다. 나이들면서 기억이 가물거리기 시작하는 저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점 말고는 치매환자에서의 기억력 장애에 관한 깊은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뇌질환자에서의 예술적 창의성을 논하는 부분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그림을 그려서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에 눈길이 끌렸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새겨보아야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설명할 대상을 많이 잡을 까닭인지 깊이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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