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의 말 - 수다쟁이 고독자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파스칼 키냐르.샹탈 라페르데메종 지음, 류재화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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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쩌면 수다쟁이 고독자의 인터뷰라는 부제에 끌렸나 봅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말>은 마음산책이 내놓은 말에 지성이 실린 책기획의 아홉 번째 책입니다. 20154월에 <수전 손택의 말>을 내놓은 뒤, 보르헤스, 한나 아렌트, 레비스트로스, 코넌 도일, 칼 세이건, 헤밍웨이, 시모어 번스타인에 이은 것입니다. 이후로 박완서, 오에 겐자부로, 프리모 레비, 긴즈버그, 아녜스 바르다로 이어져 모두 14종이 출간되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세상의 모든 아침>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참에 읽어보려 합니다. 어려서 자폐증을 심하게 앓았으면서 고독한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독자라는 칭호를 달게 되었는가 봅니다 낭테르 대학에서 에마뉘엘 레비나로부터 철학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68혁명을 거치면서 문학으로 진로변경을 했던 것입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 또한 커서 오케스트라 콩세르 데 나시옹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말>에서는 프랑스 아르투아 대학의 불문학교수인 샹탈 라페르데메종의 대담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은 고독의 도취와 그 순간에 대한 음미로 가득하다.(8)”라고 서문에 적었습니다. 대담은 2000년 겨울에 샹탈이 질문하고 키냐르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문 곳곳에서 고독이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것은 키냐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정신적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한 인간이 고독하다고 해서 침묵만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특히 키냐르의 경우는 독백을 쏟아냈던가 봅니다. 작품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샹탈은 독백, 그러니까 독백은 고독자의 장소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장소가 곧 작품, 독백의 예술이 펼쳐지는 곳이다.(20)’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이 책의 부제에 나온 수다쟁이라는 역설이 나오게 된 듯합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한 권의 책을 이룰 정도였다면 대담에 소요된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가늠조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보면 키냐르가 쓴 작품은 물론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글이나 말에 담긴 키냐르의 생각들을 확인하는 방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답변을 하는 키냐르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키냐르보다 대담자로 나선 샹탈의 경우 질문 목록을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어느 해 여름을 보낸 일에 대하여 키냐르는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여름이 정말 시작되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싶었다. () 모든 일을 중단하니 거의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만큼 행복하였다. 행복이 올라왔다. 나는 책을 읽었다. 행복이 나를 집어삼켰다. 여름 내내 나는 읽었다. 행복이 여름 내내 나를 집어삼켰다.(8)” 한 여름을 내내 책만 읽을 수 있다는 그 또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일에 관한 샹탈의 멋진 표현이 나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계로부터 떨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세계를 떨어뜨려놓는 건가요?(72)” ‘멋진 표현이라는 평가도 사실을 키냐르가 한 말입니다. 키냐르의 말을 마음에 두고 샹탈의 질문을 다시 읽어보면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키냐르는 집단에서 날 떨어뜨려놓기, 나 자신을 찾아오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기등 책읽기의 세 가지 목표를 말합니다. 책읽기에서 출발한 대담은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집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사실, 작품은 기억이 가지고 있는 왜곡성에 대해 속일 수 없는 일종이 지수적 요소들로 답하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요소들은 실질적인 감각의 영역이기도 하니까요.(152)”


샹탈과 키냐르가 주고받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역시 철학을 공부한 까닭인지 사유의 깊이도 남다르고 표현도 난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키냐르의 작품을 골라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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