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집
니콜 크라우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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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구성된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책 뒷장에 적힌 우리는 그저 기억의 조각을 지키기 위해 사는거야. 영원한 후회와 갈망에 빠진 채 그 기억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구절과 그 아래 적힌 하나의 책상에 얽혀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상실의 빈자리를 메우는 사람들, 그들의 외롭고, 고요하고, 비틀거리는 삶이라는 부가설명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처음에는 8편의 중편 소설을 묶은 줄 알았습니다. 사실은 네 명의 화자가 각각 2번씩 술회하는 이야기를 두 개의 묶음으로 나누어놓았습니다. 네 명의 화자는 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따로 읽어도 무방할 듯한데, 문제는 책상을 고리로 하여 서로 연결되는 구조인 셈이라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편 이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열심히 생각을 해야 했던 것입니다.


사물이 고리가 되는 이야기라고 해서 최철수교수님의 <침대>를 떠올렸는데, <침대>의 경우는 시베리아 동토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자작나무를 베어 만든 침대가 우리나라까지 흘러들어와 온갖 풍상을 겪어내는 이야기를 침대의 입장에서 적은 소설이라고 하면, <위대한 집>은 서랍이 열여덟개 달린 책상을 쓰던 사람들이 책상을 매개로 하여 엮인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점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책상은 스페인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사용했던 것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책상을 매개로 연결되는 사람들은 유대인들입니다. 헝가리, 영국, 미국, 이스라엘로 흘러다닌 책상은 결국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이 묘연해지고 말았습니다. 유대인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신산한 삶이 인생의 여정에 미치는 영향이 기록되고 있는데, 조금 더 집중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강제수용소에서 죽지 않고 탈출한 유대인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등이 읽혀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기억을 조각내 흩어버렸다는 것일까요?


남녀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도 충동적일 때도 있고, 이성적일 때도 있는데, 과연 그들이 사랑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도 있습니다특히 진정한 친절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자는 특별한 아이를 둔 아버지입니다. 아마도 장성해서 판사가 된 아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만든 아버지의 회한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생각과 말이 따로 노는 상황에 답답해하면서도 아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던 것인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듯한, 그러니까 저와 닮은 점이 있는 아버지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화자가 책상을 처음 만나던 순간에 대한 술회가 인상적입니다. “그가 제게 주는 게 그저 나무 덩어리와 덮개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살 기회라도 되는 것 같았어요. 그럼 제가 처한 상황에 맞서는 건 저의 몫이 되겠죠. 말하기 부끄럽지만, 정말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어요, 판사님. 주자 있는 일이긴 했지만, 그 눈물은 그동안 생각하지 않고 지내려 했던 더 오래된, 이젠 흐릿해져버린 후회들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그 선물이, 낯선 이가 빌려준 가구가 그런 오래된 후회들을 흔들어놓은 거죠.(19)”


앞서 말씀드린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결국은 찾아냈습니다. 세 번째 화자의 두 번째 술회를 읽다보면 바빌로니아왕국의 느브갓네살의 친위대장 느부사라단이 유다왕국을 점령했을 때, 유다왕국의 궁전과 성전을 불사르고 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끌어가는 바빌론의 유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느부사라단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여호와의 성전과 왕궁을 불사르고 예루살렘의 모든 집을, 위대한 집까지 불살랐다.(396)’라고 적었습니다.

모든 유대인의 영혼은 그 집 위에 서 있는 것인데, 그 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유대인들 각각은 아주 작은 부분밖에 떠올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유대인의 기억이 하나로 모이면, 성스러운 파편들이 마지막 한 조각까지 모두 모여 다시 하나가 되면 그 집은 다시 세워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메시아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는 유대인의 무한한 기억을 완벽하게 하나로 모은 그런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에 대한 기억 속에서 우리 모두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에게 준비된 세상은 아니라고도 합니다. ‘우리 각자는, 그저 기억의 조각을 지키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너무 철학적이라서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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