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 : 해외편 - 삶의 푯대를 찾아 나선 묘지 기행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
이희인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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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유명한 분들의 묘를 볼 기회가 많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교회에 유체를 모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프랑스 여행에서는, 툴루즈의 자코방 수도원에서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묘를, 지베르니에서는 클로드 모네의 묘를, 생폴드방스에서는 폴 세잔의 묘를 보았습니다. 오래전에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는 성모성당에 안치된 바스쿠 다 가마와 시인 루이스 카몽이스의 관을 보았습니다. 그 다음해에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리콜레타 묘지에 안장된 에바 페론의 묘를 보았습니다. 더블린의 성 패트릭교회에서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묘를 참배했다. 칼리닌그라드에서는 철학자 칸트의 묘를 참배했고, 베를린에 출장을 갔을 때는 병리학의 효시 루돌프 비르효의 묘를 참배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저도 위인의 묘를 찾아 참배한 적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는 여행 작가 이희인님이 젊은 날 많은 영감과 가르침을 준 사람들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그들의 업적을 되새겨보는 일종의 묘지인문학여행을 정리한 책입니다. 작가님이 묘지을 찾는다는 착안을 한 것은 책이 묘지이듯, 묘지는 책이다라는 명제를 세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망자들이 세상에 남긴 생각들의 결정체라고 할 책은 사실 그가 평생을 써내려간 일종의 유언장이자 한기의 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묘지를 방문하게 되면 망자가 세상에 남긴 바를 되새기게 되므로 묘지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셈입니다.


묘지를 찾아가는 작가님의 여행은 그 범위가 생각보다 넓은 느낌입니다. 1부에는 영국/스위스/러시아 등지에 있는 셰익스피어, 카를 마르크스, 헤르만 헤세, 표도르 도스토엡스키, 니콜라이 고골/안톤 체홉/미하일 볼가코프, 레프 톨스토이의 무덤을 찾은 소감을 정리했습니다. 2부에서는 독일/오스트리아/체코 등지에 있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게오르크 헤겔/베르톨트 브레히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프리드리히 니체, 루트비히 판 베토벤/프란츠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요하네스 바람스, 프란츠 카프카, 안토닌 드보르자크/베드르지흐 스메타나 등의 무덤을, 3부에서는 프랑스에 흩어져 있는 짐 모리슨/에디트 피아프/마리아 칼라스, 자크 루이 다비드/오노레 드 발자크/마르셀 프루스트/오스카 와일드/기욤 아폴리네르/프레데리크 쇼팽/조르주 비제, 사데크 헤다야트/이을마즈 귀네이, 스탕달/프랑수와 트뤼포, 수전 손택/시몬 드 보부아르/마르그리트 뒤라스, 샤를 보들레르/사무엘 베케트/외젠 이오네스코/만 레이, 볼테르/장 자크 루소/빅토르 위고/알렉상드르 뒤마/에밀 졸라, 빈센트 반 고흐 등입니다.


무려 49명이나 되는 유명인사의 묘역을 찾아다닌 셈입니다. 파리처럼 대규모 묘원의 경우 여러 분을 만날 수 있었지만,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들은 아주 시골이나 심지어는 산골 구석에 묘를 쓴 경우도 많습니다. 사진까지 넉넉하게 챙기다보니 무려 448쪽에 이르는 두툼한 결과물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작가님의 독서범위가 돌아가신 분이 남긴 대표작은 물론 평전, 심지어는 죽음이나 묘지와 관련된 총설 등도 두로 섭렵하여 이 책에 담아낸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묘역에 이르는 여로는 물론 묘역 주변 풍경까지 세심하게 그려낸 점도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49명이나 되는 분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희곡작가, 철학자, 소설가, 음악가, 평론가, 시인, 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입니다. 물론 소설과 시 등 문학 분야의 유명인사가 많기는 합니다. 작가님의 말씀대로 젊은 날 영감을 받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무래도 대상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습니다. 차라리 분야별로 나누어 연작으로 처리했더라도 좋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방문한 묘지에 안장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박사의 묘는 언젠가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눈에 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꼼꼼하게 목록을 일별하니 까맣게 잊었거나 그새 묘지에 묻힌 인물들, 책이나 영상 등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유명인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258)”는 부분입니다. ‘일별하다1. 한 번 헤어지다, 2. 한 번 흘낏보다, 등의 의미입니다. 꼼꼼하게 목록을 일별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런 문장이 더러 눈에 띄어 읽는 흐름을 흐트러놓는 것 같습니다. ‘망자가 묘역에서 고단한 몸을 눕히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문장을 윤색하려는 의도가 지나쳤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

 

이희인 지음

448

20191111

바다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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