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이라는 직업이 공식적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연작처럼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에 별다른 저항감이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에는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만, <명탐정의 규칙>의 주인공인 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탐정놀음의 기본을 책 읽는 이에게 설명하는, 추리소설 작가의 일종의 해설서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명탐정의 저주>는 덴카이치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의 완결편이라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게 바치는 헌정소설 같다는 느낌이 생깁니다. 일단은 주인공인 작가가 준비하고 있는 소설의 자료를 챙겨보려고 도서관에 가는데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만 책장들 사이를 헤매고 있자니 꼭 묘지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11)’라고 한 점은 도서관이 인류가 쌓은 지식의 보고로 생각했던 보르헤스와는 다른 관점에서 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도서관의 책장들 사이를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보르헤스의 단편에서 자주 보는 미로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어서 현실과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보르헤스의 단편 알레프에서 말하는 다중우주의 개념을 차용한 것 같기고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들어간 비현실적인 세계에서는 덴카이치 탐정으로 변신을 하게 됩니다.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곳에서 살게 된 과정이나 이유를 모른다는 설정입니다. 사실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정하거나 아니면 선조가 정한 장소에서 살고 있습니다만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그 장소로 이주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개인이나 집단의 역사가 되는 셈인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들어간 세계에는 역사가 없는 셈입니다.


그런 세계에서 마을의 역사를 암시할만한 사건이 생깁니다. 마을의 생성과 관련이 있다는 기념관에서 비밀의 공간이 발견되고, 누군가 그곳에 보관되어 왔던 무언가를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마을의 시장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주인공을 초치한 데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시장이 덴카이치 탐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는 어쩌면 덴카이치 탐정을 탄생시킨 작가, 즉 히가시노 게이고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타칭 덴카이치 탐정이 사라진 물건이 무엇인지 조사에 착수하자마자 기념관 보존위원들이 연달아 살해당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형식의 사건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열개의 인디언 인형>에서 보는 모임의 구성원이 다양한 이유로 잇달아 살해되는 사건의 형식을 닮았습니다. 당연히 범인은 그 안에 있는 셈이고, 사건을 저지르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셈입니다.


연쇄살인이 일어나는데, 심지어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등장인물이 희생되는 모습을 보는 공포분위기가 조성되고, 당연히 살해방법과 범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어갑니다. 최후의 1인마저도 죽어버린다면 과연 범인은 누구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명탐정의 저주>는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의미가 담겼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저만의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사건 해결에 나서서 탐정놀음을 하고 있는 작가에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다라는 저주하는 말까지 등장하게 되면 추리소설이 막장극처럼 느껴진다고 할까요? 덴카이치 탐정을 사건해결을 위해 초대했다는 설정이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소설을 인용하는 것도 잔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시간여행일 수도, 아니 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일 수도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을 본래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방법도 흥미로울 수 있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