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즐거움
구리타 마사히로 지음, 김하경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주말은 물론 공휴일에도 집에서 가까운 양재천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거의 10km에 가까운 거리인데 비교적 빨리 걷기 때문에 한참 몸이 가벼울 때는 1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요즘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 탓에 2시간 가까이 걸리곤 합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인데, 처음에는 5km 정도를 걷다가 점차 늘렸고, 체중 줄이기에 몰입하고 있을 때는 주중에도 서너 차례는 더 나가곤 했습니다. 체중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걷기였기 때문에 오로지 빨리 걷기에 매몰되었던 것 같습니다.

체중이 줄어서 유지단계에서는 걷기 이외에도 산책길에서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쏟게 되었습니다. 철 따라 피어나는 꽃을 비롯하여 양재천에 모여드는 새들은 어떤지, 개울에 모여드는 물고기는 어떤 것들인지도 모두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했던 산책을 서울 시내와 근교의 좋은 산책길 섭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산책의 즐거움>은 산책에 관한 저의 다양한 관심사와도 맞물려있습니다. 이 책은 일본 동경대학 부속병원 내과에서 근무하는 구리타 마사히로 선생이 쓴 책인데, 읽어가다 보니 자기계발의 방법으로 산책을 활용해보라는 제안입니다. 저 역시 산책을 나가는 이유에 따라서 걷는 방식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체중을 줄이려는 산책의 경우는 빠르게 걸어내는데 몰입을 합니다. 청탁받은 원고가 있을 때는 천천히 걸으면서 머릿속으로 글쓰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고 산책길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려할 때는 역시 천천히 걸으면서 경관을 둘러보는데 집중을 합니다. 그럴 때는 산책길 곳곳에 생긴 조그만 변화까지도 챙겨보려 노력을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산책의 목적은 체력과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다.’라고 정리합니다. 특히 필자의 경우처럼 예비 고혈압 단계에 있는 경우에는 산책을 통하여 체중을 줄이면서 체력을 늘리게 되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최상의 컨디션과 지성을 위해 ‘15분 산책’을 제안한다”라고 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주제가 있는 산책, 감각이 있는 산책, 두뇌가 좋아지는 산책, 건강해지는 산책, 지성이 눈뜨는 산책, 삶이 충실해지는 산책 등 여섯 가지의 산책의 목표를 제시하였는데, 제가 보기에는 근거가 분명하게 있어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걷기만 하는 것보다는 나을 듯합니다. 즉, ‘테마가 있으면 더 새롭다’는 저자의 언급이 와 닿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혼자 여행할 때만큼 깊이 생각에 잠기고 내 자신이 온전하게 여겨졌던 적은 없었다. 걷기는 나의 사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어떤 힘이 있다.(41쪽)”라는 루소의 ‘여행의 즐거움’을 ‘산책의 즐거움’으로 재해석하는 부분은 견강부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견강부회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기억을 활용해서 걸어라’는 이야기에서는 저자가 창안한 ‘십이지’ 기억술을 소개합니다. 산책을 하면서 만난 것들을 그냥 스치듯 지나지 말고 기억하는 것인데 일종의 기억의 궁전을 짓는 기술을 띠를 나타내는 열두 종류의 동물과 연관을 지어 기억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걷기가 치매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대목도 추가로 확인해볼 점이 있어 보입니다. 최근에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방법들이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인지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독서 후의 산책’ 역시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면서 읽은 내용을 되새기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해볼 생각입니다. 산책도 자기계발의 일부라고 잘라 말하는 저자의 주장이 틀렸다고까지 할 수 없지만, 너무 나간다 싶은 대목도 없지 않은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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