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 - 한국 최초 국제 기억력 마스터가 전수하는 "기억력"와 "두뇌 개발"의 모든 것!
정계원 지음 / 베프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의 형성과 회상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 최초의 국제 기억력 마스터가 되기까지의 훈련과정을 담았다는 설명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는 영국 드라마 <셜록>을 보면서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술을 통하여 기억을 갈무리하고, 필요할 때 인출해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합니다. 물론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술은 셜록 홈즈가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궁전 짓기’라는 기억술 기법은 멀리 그리스 시대의 시인 시모니데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연회장이 강풍에 무너져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을 때 시모니데스의 기억에 따라 사망자의 신원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DNA검사를 통하여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서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이 있을 때가 아니니 시모니데스의 기억이 완벽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니얼 L. 샥터교수는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에서 기억이 일으키는 대표적인 오류로 소멸, 정신없음, 막힘, 오귀인(誤歸因),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의 7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억의 오류는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며 누구에게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의 궁전 짓기에 의지한 기억술은 대중이 보기에 엄청난 재능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는 기억술이 타고나기 보다는 훈련에 의하여 얻어지는 후천적인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이런 기억술의 훈련 정도를 서로 겨루는 과정이 세계 기억력 스포츠 협회에서 주관하는 기억력 대회에서 겨루는 종목은 모두 열 가지라고 합니다. 1. 15분간 이름-얼굴 기억하기, 2. 30분간 이진수 기억하기, 3. 1시간 동안 숫자 기억하기, 4. 추상적 그림 기억하기, 5. 5분간 숫자 기억하기, 6. 1시간 동안 카드 기억하기, 7. 5분간 역사연도 기억하기, 8. 15분간 무작위 단어 기억하기, 9. 불러주는 숫자기억하기, 10. 카드 한 번 빨리 기억하기, 등입니다.

사실 이런 기술을 통하여 기억능력을 키우고 겨루는 것은 개인적인 성취감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술을 통하여 잘 갈무리한 기억들을 실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일본 메이지대학 법과대학원의 세기 히로시 교수는 <나를 위한 교양수업>에서 “얻은 지식들을 횡적을 연결하여 ‘넓은 시야와 독자적 관점을 얻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 기억술로 얻은 지식들은 그저 자기 과시욕을 채우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역사학자 토니 주트 교수가 앞서 말씀드린 ‘기억의 궁전 짓기’ 기법을 통하여 얻은 기억들을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기억의 집>에서 설명한 것을 읽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셜록의 기억력 훔치기’가 아니라 셜록이 보고 들은 것을 어떻게 기억에 저장했고, 이를 회상하여 범죄수사에 활용할 수 있었는가를 배워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겠습니다. 어떻든 셜록은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쓴 소설의 주인공에 불과한 것이니 말입니다. 저자처럼 기억력 마스터가 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기억력을 키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일단 중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세상에 기억력 천재는 없다’는 저자의 말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재능을 후천적으로 키운 것이 아니라 타고났을 뿐 아니라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억했던 것이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있어 기억이 신이 준 선물이라면, 망각은 신이 내린 축복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