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 작가로 알고 있던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연애소설이라고 해서 궁금했습니다. 물론 제가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나이는 아닙니다만, 추리소설 작가가 쓴 연애소설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사토자와 온천장 스키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밀당이 주제입니다. 사토자와라는 지명을 썼습니다만, 구글지도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가상의 장소인 듯합니다. 옮긴이에 따르면 나가노현에 있는 노자와 온천스키장을 무대로 삼았다고 합니다. 작가가 동계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특히 스노우보드를 즐겨 탄다고 하는데, 그런 작가적 성향을 고려하여 스노우보드 전문지의 청탁을 받아 연재한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대도시 도쿄에 사는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를 통해서 동계스포츠, 특히 스노우보드에 대한 홍보를 겸한 그런 기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주로 스노우보드를 타기 위하여 스키장을 찾고, 그 와중에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추리소설 작가다운 역량(?)을 발휘하여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도쿄의 리모델링회사에 다니는 회사원들과 도쿄 시티호텔에 근무하는 호텔리어들, 그리고 도쿄 시내에 있는 백화점의 화장품코너에서 일하는 직원 등, 크게는 3개 회사에 다니는 젊은이들 사이에 펼쳐지는 짝찾기와 일탈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고 직장 동료라는 점에서 갈등보다는 서로 도와주는, 그런 분위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작가가 스토우보드를 전문가급으로 타는데다가 작가이기 때문에 스키장이나 스노우보드 타는 기술 등에 관하여 상세한 설명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운동신경이 둔한 탓인지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친구들이 이끄는대로 스키장에 가서 배워보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사를 내려오는 동안 미끄러져 내동댕이쳐지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어렸던 탓인지 마찬가지로 스키를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 결국은 우리 가족은 스키 배우기를 포기하는 바람에 여전히 스키장과는 거리가 먼 편입니다.

앞서도 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배우기도 합니다. 사실을 운명이 정해준 짝이라면 어떻게든 인연이 엮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번 도전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긴 그마저도 운명의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한 가지 더 조심해야 할 점은 자리에 없다고 해서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는 것만큼은 자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뒷담화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본인의 귀에 들어가기 마련인 듯합니다. 스키장처럼 장비를 제대로 갖추는 경우에는 누군가 누군지 구별이 가지 않은 상황도 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자기변명을 늘어놓으려다가 생뚱맞게 남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특히 이미 발표한 작품에서의 표현을 다른 작품에서도 활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앞서 말씀드린 스키 타는 사람들이 두툼한 옷을 입고 설안경과 안면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에 진면목이 가려지기 마련인데, 이런 모습을 두고 마치 가면무도회에 참석한 듯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의 마스커레이드 호텔 3연작에서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작가가 스노우보드를 즐긴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그런 장점을 살려 스키장 혹은 설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써왔는데, <연애의 행방>이 네 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스노우보드 잡지의 청탁에 따라 쓰기도 했지만, 작가는 ‘도시 사람들을 스키장으로 데려가고 싶다. 스키장은 결코 멀지 않다. 도쿄에서도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깨우쳐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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