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레이드 호텔’ 연작의 마지막편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입니다. 제목 그대로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새해 첫날을 알리는 시간으로 예고된 살인사건을 막기 위하여 호텔 직원들과 도쿄 경시청 형사들이 합동작전을 전개합니다.
앞선 두 편의 ‘매스커레이드 호텔’ 연작에서는 숙박 접수 업무를 담당하던 나오미씨가 마지막편에서는 접객담당(concierge)으로 부서를 옮겼습니다. 아마도 손님들의 사소한 부탁을 처리하는 역할이 이야기의 전개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 같습니다. 도쿄 경시청의 닛타형사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맡았던 숙박 접수 업무에 투입이 되었는데, 업무를 배워 직접 처리하던 전편과는 달리 이번에는 지원을 담당한 접수처 직원 우지하라의 고집에 따라 접수 업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어쩌면 호텔 내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여유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12월의 마지막 날 밤에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살인사건을 예고한 것은 호텔에서 마련한 이벤트, ‘호텔 코르테시아도쿄 새해 카운트다운 매스커레이드 파티 나이트’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이 되는 순간을 축하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모이는 파티를 호텔이 준비한 셈인데, 여기에 가면무도회를 곁들였다는 것입니다. 참가자들이 가면을 쓰고 나오기 때문에 범인은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유리한 점이 있겠습니다.
사건이 예고된 것은 앞서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시작됩니다. 애견미용실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살해되었는데, 범인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의 새해맞이 연회에 등장할테니 체포하라는 익명의 밀고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밀고자나 살인범이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 살인범이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연회 참석자들을 예의 주시하는 작전이 전개됩니다. 그 와중에 코르테시아LA 호텔에서 근무할 직원을 검증하기 위해 온 인사담당자까지 사건에 얽혀들어 독자의 추리를 흩트리는 덫을 깔아놓은 셈입니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은 성격이나 심리상태 등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살인현장을 보게 되면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는 목격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익명으로 제보하고 범인이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의 새해맞이 연회에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결국은 제보자와 범인 사이에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나오미씨는 접객담당으로서 최선을 넘어서는 대응을 보여줍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고객의 주문을 완벽에 가깝게 수용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는 과정을 보면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주문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만족할만한 대안을 내는 방식으로 조율을 해간다는 점입니다. 이는 협상의 원칙을 고객응대에 적용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협상이라는 것이 팽팽하게 맞선 양측의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 이르도록 조율해가는 작업이라고 보면 말입니다.
이야기의 내용을 여기에서 정리해버리면 저보다 뒤에 책을 읽으실 분들이 재미가 없어지실테니 개요만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일본인은 연말이 닥쳐오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모양이에요. 미국인은 아예 휴가를 떠나거나 집에서 가족과 느긋하게 보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말이에요(165쪽)”라는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호텔에서 열리는 송년 연회, 그것도 가면무도회가 인기를 끌고 있는 세태에 대한 평가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역시 그런 모습이 눈에 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오미씨가 코르테시아LA 호텔에서 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남습니다만, 그렇다면 무대를 LA로 옮겨 네 번째 ‘메스커레이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