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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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나라에서도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저도 큰 아이 덕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비롯하여 여러 작품을 읽었습니다. 그의 추리소설에서 유가와교수, 가가 형사 등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등장해왔습니다만,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는 심참 딱지를 뗀 닛타 고스케 형사가 새롭게 등장합니다. 그리고 <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에 이르는 삼부작에서 활약을 하게 됩니다.

제가 하는 업무 상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의 대도시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장을 가게 되면 대체로 무난한 숙소에서 묵게 됩니다. 예전에 정부에서 일할 때는 외국에 출장을 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그때도 무난한 수준의 호텔을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스커레이드’ 삼부작에 등장하는 동경의 코르테시아도쿄 호텔 정도의 고급 호텔에 묵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목에 나오는 ‘메스커레이드’란 ‘가면’ 혹은 ‘가면무도회’를 의미합니다. 속마음을 모두 내비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속마음을 어느 정도는 감추기 마련인데, 특히 가면을 쓰듯 철저하게 속셈을 감추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호텔이라는 장소는 그런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장소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그런가 봅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는 두 가지 독특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미 일어난 3건의 살인사건을 통하여 네 번째 살인사건이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일어날 것이 예고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세 건의 살인현장에 남긴 쪽지에서 발견된 두 개의 숫자에서 추리해낸 것입니다. 10월 4일 일어난 첫 번째 사건 현장에는 45.761871, 143.80303944라는 두 개의 숫자가 남겨졌고, 이런 형식의 숫자가 두 번 더 살인현장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두 개의 숫자의 의미를 생각해보려 머리를 쥐어짜 보았습니다만, 아주 오래 전에 추리소설을 졸업한(?) 탓인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에 많이 가보지 않아서 현지사정에 어둡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요소는 범인이나 범행대상이 오리무중이라는 것입니다. 즉 살인사건이 발생할 장소만 예고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둠 속에서 문고리를 잡는 식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묵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더 쏠쏠한 것 같습니다. 호텔방에 비치되어 있는 물품을 슬쩍 집어가는 사람들, 또 그런데 신경을 써야하는 호텔사람들을 골탕 먹이려는 사람들, 혹은 호텔에서 비싼 것들을 먹고는 달아나는 사람들, 호텔을 불륜 상대를 만나는 장소로 이용하는 사람들, 그런 현장을 덮치려는 사람들...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닛타 고스케 형사를 지원하는 호텔 직원 야마기시 나오미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 호텔직원의 전형 같습니다.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생각하고 응대한다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모습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고객이 왕이다’라고 생각해왔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 ‘감정노동자의 권리’가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갑과 을의 역할이 바뀐 세상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갑이 되어가는 세상입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읽다보면 연쇄살인의 개념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모방범죄가 생긴다고 합니다만,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간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비슷한 형태로 사건을 공모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범인이 비슷한 유형으로 사건을 벌여 수사진을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인데, 동경 경시청 사람들은 또 그것을 해결해낸다는 것이니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그렇듯 흡인력이 대단해서 손에 들면 일단 끝장을 보아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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