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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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서 책을 뽑아들고 저자소개를 비롯하여 책 내용을 조금이라도 읽어 보는 것이 책을 고르는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핀란드의 유명한 동화작가라는 설명과 <두 손 가벼운 여행>이라는 제목에 꽂혀 선택한 이 책은 열두 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었습니다.

단편들의 제목을 훑어보다가 표제작인 ‘두 손 가벼운 여행’을 먼저 읽었습니다. 출발지는 어디인지 모르나 런던으로 가는 배를 탄 주인공은 혼자 쓰는 객실을 예약했는데 누군가와 나누어 써야 되는 상황입니다. 런던으로 가는 여행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정리하고 살던 곳에서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캐리어도 없이 여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 챙기는데 성공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는 어지러울 정도의 해방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해방감을 느끼는 것은 좋으나 당장 불편함이 뒤따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생각하는 여행의 개념은 “떠나온 것에 매이지도 책임지지도 않으며 앞으로 올 일을 준비할 수도 미리 알 수도 없는 여행(80쪽)”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여행에 대하여 크게 평화로움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같은 공간을 모르는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은 우선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객실에서 벗어나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겠죠? 그렇다고 추워지고 있는 갑판에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결국은 바로 향하게 됩니다. 바의 스탠드에 앉으면 흘러간 시간이 만들어낸 자신의 변화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가던 날이 장난이라는 말대로 주인공은 바에서 방을 함께 써야할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신세타령을 들어가며 술을 마시다 취합니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의 여행에 숨겨진 의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깊은 비밀 극복할 수 없는 일, 실망, 부끄러움이나 두려움 같은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런 비밀은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알려지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아는 이가 없는 어느 곳으로 떠나가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바에서 만난 그 남자 역시 자신의 비밀의 꼬투리를 잡은 것 같다는 이유로 피하는데 그 마무리가 모호합니다.

‘두 손 가벼운 여행’을 읽은 뒤 나머지 단편들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생략과 은유가 많은 탓이었을까요? 그리고 이야기들의 마무리는 항상 모호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낚아채는데 항상 실패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작품들 가운데 주목한 작품은 ‘기억을 빌린 여자’였습니다. 화가로 명망을 얻은 스텔라는 15년 전에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집을 찾는데,  그곳에 남아있는 반다 언니가 전해주는 옛날이야기는 스텔라의 기억들과 맞아 들어가지 않습니다. 반다가 일부러 사실을 왜곡시킨 건지, 아니면 스텔라의 기억이 왜곡된 것인지 정말 헷갈립니다. 스텔라가 “나는 이미 도둑 맞았어”라고 한 말로 반다가 틀린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토베 얀손의 단편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아무래도 핀란드라는 나라와 그곳 사람들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인 듯합니다. 단편집 앞에 수록한 일본 어린이의 편지를 읽어보면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열세 살 되었다는 일본 어린이는 얀손의 작품세계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얀손이 보냈을 답장을 같이 곁들였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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