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윤미나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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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에 노래방에 가면 부르던 노래 가운데 가수 박상민씨가 부른 <무기여 잘 있거라>가 있습니다. 다섯 번에 걸친 이별 끝에 산속으로 들어간 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사랑은 대학에 떨어지는 바람에, 두 번째 사랑은 대학때 미팅에서 만난 한량이었고, 세 번째 는 직장 동료였는데 부모가 반대해서, 네 번째는 선봐서 만난 남자였는데, 양다리를 걸쳐서 이별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남자가 바로 노래의 주인공인데, 서로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기로 했는데, 약혼식날 남자의 옛 사랑이 아이를 안고 나타났더라는 것입니다. 정말 기구한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의 여자 주인공보다 더 기구한 연애사를 가진 분이 계시다는 것을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를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의 경우는 네 번의 이별을 적었는데 <무기여 잘 있거라>에 나오는 사례 가운데는 부모가 반대해서 이별한 건을 제외하고는 또 다른 이별의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첫 번째 남자는 33살이 되던 해에 만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독서동아리에서 만난 그 남자는 분위기를 잘 살리는 재주가 있어서 주변 여성들의 호감을 독차지하는 남자였다고 합니다. 우리의 여주인공도 관심이 끌리기는 했지만, 6살 연하라는 걸림돌이 있어 선뜻 다가서지 못했던가 봅니다. 그래도 그 남자가 먼저 다가왔기 때문에 두 사람은 사귀기로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 즉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남자 부모가 반대를 했고, 이 남자는 부모의 반대를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헤어졌다고 합니다.

두 번째 남자는 다행히 연상이었는데 머리숱이 적은 것이 흠이었던 모양입니다. 그 남자 역시 몇 차례 소개자리가 있었지만, 만남으로 이어진 적이 없어 모태 솔로가 의심되는 정황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야기가 되려고 했던 탓인지 용모와 나이 등의 단점을 뛰어넘는 경지에 이르러 결혼에 성공하는 듯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결혼 이야기가 나올 무렵에서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남자집에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즈음에도 사주팔자를 따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궁합을 맞춰 결혼을 해도 사단이 나기도 하고, 궁합이 맞지 않는 결혼도 잘 사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 남자는 결국 집안의 반대를 이겨내지 못했던가 봅니다.

그리고는 집안의 성화에 못 이겨 여러 차례 선을 보는 자리에 나갔지만, 선이라는게 그렇듯 인연을 만나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결혼 전에 선을 포함해서 소개를 받는 자리가 60회는 넘었던 것 같습니다. 모친께서 사주를 맞춰보기 위해서 쓴돈도 만만치 않았다고 푸념을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차례의 선자리에 나가던 가운데 볼링동호회에서 말이 통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모임에 참석했다는 그 남자는 호감을 가진 듯한데 영 다가오지 않는 느낌이 들어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부산에 사는 그 남자의 집을 찾아가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했는데, 이 남자는 의미 없이 만나는 상대로 시작했던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고백과 함께 속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이 남자도 끝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물론 또 다른 인연을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만, 가장 최근의 이별은 헬스장에서 만난 동종업계의 남자였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여주인공과는 달리 전문학교를 나온 것이 조금 흠이긴 했지만, 이런 약점을 접어두기로 하고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살던 집을 정리하여 두 사람의 신혼집도 계약을 했는데, 글쎄 이 남자가 루게릭병으로 진단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루게릭병은 하지로부터 근육마비가 시작되어 점점 위로 진행되다가 결국은 죽음을 맞게 되는 치명적인 퇴행성 질환입니다.

 

루게릭병 환자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미치 엘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도 있고, 배우 김영민과 하지원이 공연하여 눈물을 쏙 뺀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역시 루게릭병을 주제로 한 이야기입니다. 어찌되었거나 우리 여주인공의 마지막 남자(물론 또 다른 인연이 등장할 것으로 믿습니다만)는 여주인공을 놓아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픈 이별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책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연애 중’이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인연을 더 기다려보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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